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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로 알았는데” 가입자 - 은행 부글부글

입력 | 2010-11-16 03:00:00

정부 뒤늦은 결정에 은행들 “여태 뭐하다가…”




정부가 ‘금 통장 계좌’인 골드뱅킹에 대해 뒤늦게 세금을 물리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비과세 상품으로 믿고 거래해온 은행과 고객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1일부터 과세를 소급해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 골드뱅킹 가입자뿐만 아니라 이미 해약한 고객과 은행 사이의 다툼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골드뱅킹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15일부터 골드뱅킹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규 판매가 중지된 상품은 골드리슈 금적립, 골드리슈 골드테크, 키즈앤틴즈 금적립, 골드리슈 달러&골드테크, 골드패키지서비스, U드림 GOLD모어, 골드기프트서비스 등 7개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판매를 재개하되 출금 및 해지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선 고객에게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할 방침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골드뱅킹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골드뱅킹 가입자는 약 9만 명으로 현재 잔액은 약 4054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89%를 신한은행이 점유하고 있다.

골드뱅킹 과세 문제는 5월 금융위원회가 골드뱅킹 상품을 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하면서 불거졌다. 고객이 금 통장 계좌에서 실물로 찾아갈 때는 문제 되지 않지만 현금으로 찾아갈 때는 시세와 환율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므로 파생상품 성향이 있다고 판단한 것. 현재 대부분의 금은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골드뱅킹으로 생긴 소득은 소득세법 시행령 및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배당으로 간주돼 은행들이 고객에게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배당소득세율은 15.4%지만 금융소득이 한 해 4000만 원이 넘는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세율은 38.5%까지 높아진다. 만약 지난해 1월 1일 골드뱅킹을 통해 금을 사서 이달 15일에 매도했다면 수익률은 약 34%에 이른다.

그러나 은행권은 정부의 뒤늦은 결정에 고객 민원이 폭주하자 ‘늑장 행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골드뱅킹은 2003년부터 도입돼 지금껏 비과세로 운영돼 왔다”며 “지난해 소득세법 시행령 및 자통법이 시행됐을 때 정부가 함께 검토해 명확한 지침만 내려줬어도 이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통법에 따라 파생결합증권으로 봤고 세제당국이 이번에 후속 조치를 한 것일 뿐”이라며 “은행들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비과세상품으로 팔았다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골드뱅킹::

은행이 금(金)과 관련된 상품을 고객들에게 사고파는 제도로 2003년 7월 도입됐다. 대표적으로 고객이 일정한 금액을 은행에 적립하면 은행이 시세에 따라 금을 구입해 만기가 되면 금이나 현금으로 지급하는 금 적립계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