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장린-쑨양, 400m 올 최고기록 1∼3위… 오늘 또 격돌
남자 자유형 400m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마린 보이’ 박태환(21)이 섰다. 그 옆에 선 중국 선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중국 수영의 간판 장린(23). 그는 “피 나는 훈련으로 반드시 박태환을 넘겠다”며 조용히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2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 1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장린은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800m 우승, 400m 3위를 차지한 반면, 박태환은 출전한 3종목(200, 400, 1500m)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장린이 환하게 웃을 때 박태환은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답답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3 14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 박태환이 부활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정상에 섰다. 시상식에서 박태환 옆엔 또 중국 선수가 섰지만 장린은 아니었다. ‘무서운 10대’ 쑨양(19)이었다.
쑨양은 “난 아직 젊다.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만만 박태환 “지존은 나… 金 또 딴다”
■ 복수 다짐 장린… 무서운 승부욕 경계 1호
■ 겁 없는 10대 쑨양 “어리지만 반드시 승리”
○ 아시아 자존심 세운 3인방
수영에선 그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가설이 하나 있다. 신체조건에서 불리한 동양인은 자유형에서 절대 서양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이 가설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선수가 전 세계를 상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박태환과 장린, 그리고 쑨양. 라이벌 관계의 시작은 박태환과 장린이 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이들은 각종 대회에서 정상을 다퉜다. 아시아에선 적수가 없을 것 같던 이들의 대결에 쑨양이 본격적으로 가세한 건 지난해. 무서운 기세로 기록을 끌어올린 그는 올해 9월 중국 롱코스 선수권 자유형 1500m에서 시즌 세계 1위 기록으로 우승하며 박태환, 장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불붙은 자존심 싸움…승자는 누구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세 선수는 “상대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자존심 싸움이 뜨겁다.
일단 이번 아시아경기 첫 맞대결인 자유형 200m에선 박태환이 쑨양(2위)과 장린(4위)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승을 거뒀다. 세 선수의 다음 대결은 16일 자유형 400m. 올 시즌 세계 1∼3위 기록(박태환 1위, 장린 2위, 쑨양 3위)을 휩쓴 세 선수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 최혜라(오산시청)가 15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접영 200m에서 2분8초39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따낸 최혜라는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여자 자유형 400m 서연정(인천시청)은 한국기록(4분14초50)을 세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준모-장상진-이현승-박태환이 나선 계영 800m에선 7분24초14로 중국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추가했다.
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