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경지 리모델링 승인 취소”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15일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경남도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부가 대행사업권 회수라는 칼을 뽑아든 것은 경남도가 사업을 계속할 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 더 내버려뒀다간 4대강 살리기 사업 전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경남도가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사업 차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국토부 직접 나서…공사 차질 불가피
국토부 관계자는 “16일 부산국토청과 공동으로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공구별로 사업이 미진한 요인을 파악한 뒤 최대한 빨리 현장 공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수행기관이 바뀌더라도 해당 공사를 맡고 있는 기존 건설업체 등과의 기존 계약은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사업이 추진되기에는 경남도의 반발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국토부의 사업권 회수에 맞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책사업의 대행사업권을 둘러싸고 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국토부는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사업과 소송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법원이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공사가 한동안 표류할 수밖에 없다.
또 경남도는 도지사의 권한인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승인 취소 등의 대응수단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경지 리모델링이란 낙동강 준설토를 논에 넣어 성토하는 작업. 경남도가 40여 곳의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한꺼번에 취소하면 준설토를 처리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준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도 내 리모델링 사업물량은 8개 시군 46개 지구에 5838만 m³에 이르며 현재 36% 정도 진행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지역주민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고 상당수 주민이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취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취소한다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내려 공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도 찬성-반대 의견 엇갈려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경남도와 환경단체, 야당은 정부 결정을 비난하며 법적 대응책 마련은 물론 사업 저지를 관철하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부산 경남지역 낙동강변 기초지자체장과 일부 사회단체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정부가 계획한 사업 원안의 일부를 조정할 것을 요청한 상태에서 해제 통보가 와 당혹스럽다”며 “이명박 정부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도 “정부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남지역 야당들과 공조해 사업권 회수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경남시장군수협의회장인 박완수 창원시장(한나라당)은 “정부와 경남도가 갈등을 빚어 안타깝지만 사업권 회수는 불가피한 결정으로 본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사업 중단이나 차질은 없어야 하며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낙동강살리기 경남범도민협의회’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낙동강사업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권 회수를 적극 환영하며 더는 사업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