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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추진… 금융권 ‘빅뱅’ 예고

입력 | 2010-11-17 03:00:00

인수 성공땐 신한금융 제치고 ‘넘버3’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금융권 ‘빅뱅의 핵’으로 떠올랐다. 당초 우리금융그룹 합병에 매진할 것으로 점쳐졌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우선 추진하되 우리금융 인수합병(M&A) 경쟁에서도 당분간 발을 빼지 않을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은행권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인수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하나금융의 행보에 따라 향후 국내 은행권의 지형이 새롭게 짜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은 론스타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난 주말까지도 그룹 내에서조차 핵심 관계자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추진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이미 상당 기간 물밑에서 론스타와 접촉하며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얼마 전부터 “외환은행 인수에 호주 ANZ은행 이외에 한 곳이 더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동안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우리금융보다는 외환은행이 적합한 인수대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자산규모가 332조3000억 원으로 하나금융(200조 원)보다 1.5배가량 큰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M&A 후 구조조정이 필연적인 데다 내부 갈등 등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정부 소유 은행을 합병할 경우 공정성 시비와 같은 정치적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반면 외환은행은 자산규모가 116조2000억 원으로 하나금융의 절반 수준인 데다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나금융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소매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 외환은행의 무역금융과 외환부문을 흡수하면 다방면에서 강점을 가진 대형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나금융의 자산규모는 316조5000억 원으로 우리금융 및 KB금융(329조7000억 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3위로 규모에서도 뒤지지 않는 경쟁이 가능해진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KB금융 등이 인수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한때 7조 원을 넘나들던 인수비용도 3조∼4조 원까지 낮아졌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일종의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인 26일까지 시간을 두고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가운데 M&A대상자를 선택하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지주 합병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언제든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무혈입성’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론스타 역시 외환은행을 놓고 하나금융과 호주 ANZ은행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 ANZ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미련을 버리지 않고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인수조건으로 1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외환은행 종가인 1만3000원을 기준으로 매각대금은 약 4조7053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은 현재 2조 원 이상의 이익유보금을 포함해 4조 원 이상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