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1 옵션쇼크 후유증
○ 주가조작 있었나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1일 당시 도이치증권을 통해 주문을 낸 외국인들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본 게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50분부터 시작되는 동시호가를 대비해 자산운용사들은 통상 45분까지만 증권사들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45분에 공시가 뜨면 진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주문을 받는 시간도 지나 버렸기 때문에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 특히 11일은 동시호가 직전만 해도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2800억 원 순매수였다가 갑자기 1조8042억 원 순매도로 돌변한 상황이었다. 문 이사는 “불법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옵션시장의 관행과는 매우 다른 행태”라고 말했다. 합법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던 행태의 거래를 한 이유를 두고 주가조작 의혹이 나오는 것.
또 다른 파생시장 참가자는 “이상하게 그날 풋옵션 가격이 하루 종일 높았다”며 “풋옵션 매수를 먼저 걸어놓고 5분 전 공시해 종가에 물량을 밀어붙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외국인들은 비용 때문에 한 계좌를 여러 펀드가 이용하므로 한 계좌에서 풋옵션을 사고 주식을 팔았다고 하더라도 실제 매매주체가 같은 세력인지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당일 옵션거래를 통해 이익을 낸 측은 최대 2500억 원을 벌어들인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장외파생 딜러는 “옵션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끝까지 미결제 약정으로 남아 있던 물량을 뽑아 가격대와 곱해서 추정해보니 2000억∼2500억 원을 한쪽에선 벌어들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업계 파장 계속 커져
문제는 만일 외국인이 풋옵션을 사고 현물을 대규모로 팔았다고 하더라도 주가조작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 옵션이나 선물 만기일에는 1조 원 전후의 대규모 물량이 나와 주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한다”며 “해당 외국인이 2조 원에 가까운 물량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의도성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가조작이 증명된다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 역외 투자자를 기소할 수 있다.
이번 외국인투자가가 하나의 사례가 돼 다른 외국인들에게 ‘셀 코리아’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해 원천징수하겠다는 법안이 상정돼 있고, 급격한 외자 유출에 대한 규제가 생길 수도 있는 마당에 환율은 1100원대 초반에 막혀 있어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긴다는 것. 한두 세력이 더 유사한 방식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한국을 떠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날 옵션거래로 889억 원의 손해를 본 와이즈에셋은 펀드의 한도를 넘어선 불법 투자를 했고, 대주주가 개인자금을 사모펀드에 넣어 투자한 의혹도 나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의혹이 나와 조사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아직 정확한 단서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17일로 예정된 조사를 연장할 방침이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와이즈에셋은 계속기업으로 유지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최악의 사태가 오면 와이즈에셋의 2대주주인 현대증권은 자본금으로 낸 38억 원을 날리게 된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은 “대주주의 불법 거래가 확인된다면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