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은이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한 주요 요인이 환율이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는 상승세)를 부채질해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고민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당장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확산일로에 있던 환율전쟁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가 자본 유출입 규제 방안을 내놓으려는 시점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데다 정부도 과도한 외국 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갑작스러운 원화 강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갈등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 달러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어 원화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환율의 향방을 점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금리 인상이 일시적 이벤트인지, 아니면 추가 인상의 전주곡인지에 따라 환율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한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힘든 상황인 데다 자본 유출입 규제도 있어 환율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추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 인상이 공격적으로 이뤄진다면 환율도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