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용기… 그대는 살아있는 역사”
2007년 10월 25일 땅거미가 진 밤. 아프간 주둔 미군 173 공수부대 소속 2개 소대는 여느 때처럼 코렌갈 계곡 야간정찰에 나섰다. 계곡의 3km 높이에서 조심스럽게 행군을 하던 소대원들은 좌우에서 기습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이 즐겨 쓴다는 ‘L자 형태’의 매복이었다. 예광탄이 날아들었고 곧바로 총알이 빗발쳤다. 수류탄이 여기저기서 터졌고 폭발음은 고막을 찢을 듯했다. 턱수염이 덥수룩한 탈레반 전사들이 지척에서 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대원 중 한 명인 살바토레 긴터 하사(25)도 어디선가 날아든 총알이 가슴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가슴과 등 부위에 찬 특수방탄대 덕에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척에서 절친한 동료 조슈아 브레넌 병장(22)이 2명의 탈레반 전사에게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피를 흘리고 있는 브레넌 병장의 애처로운 눈빛이 보이는 듯했다. 지체 없이 그를 구조하기 위해 뛰어든 긴터 하사는 탈레반 전사 1명을 사살하고 다른 1명에게 부상을 입히면서 브레넌 병장을 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과 3분 동안 일어난 일이었지만 긴터 하사와 소대원들에게는 기나긴 교전이었다. 후방으로 옮겨진 브레넌 병장은 끝내 숨졌고 미군은 올봄 코렌갈 계곡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