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믿고 맡기니 후배들 훈련 더 열심”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아들 예성이 유도선수 키우고 싶어
“4년 전과 차이요? 아무래도 긴장감이 덜하죠(웃음). 그때는 그랜드슬램이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동안 열정이 사라졌는데 어린 나이에 자만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를 악물었죠. 그 덕분에 숙제를 마친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돌이 되기도 전에 걸어 다니거나 감각이 뛰어난 걸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커서 본인이 원하면 운동, 특히 저처럼 유도를 시키고 싶어요.”
○ 남자 노하우-여자는 자신감 늘어
유도는 몸이 고된 종목이다. 상대와 몸을 맞대는 순간부터 죽을힘을 다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매트에 눕는다. 태릉선수촌에서도 훈련이 고되기로 유명한 운동을 왜 시키려고 할까.
“고생을 시켜보고 싶어요. 극한의 시간을 이겨내야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거든요. 공부만 잘해도 성공하는 삶을 살 수는 있지만 위대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런 도덕성까지 갖춰야 되겠죠.”
“자녀 교육은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제 삶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인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가 선전한 이유를 물었다.
“남자 대표팀은 노하우, 여자는 자신감이 늘었어요. 많은 훈련과 국제 대회 경험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남자 대표팀 정훈 감독님이나 여자 대표팀 서정복 감독님이 훈련은 혹독하게 시키지만 전체 운영은 자유롭게 하시거든요. 감독이 믿고 맡기니 선수들이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죠.”
그렇다면 이전 대회에서는 훈련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선수들이 책임감을 덜 느꼈던 걸까.
“훈련은 예전에도 많이 했지만 분위기는 달랐던 것 같아요. 요즘 후배들을 보면 처음에는 생각 없어 보일 때가 있어요. 겪어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주위 신경 안 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거죠. 저도 아직 어리지만 제 때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여자 유도보다는 덜하지만 남자 유도 역시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때 반짝 뜨는 종목이다. 유도인의 입장에서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다. 4년 전 도하에서 기자는 ‘유도 그랜드슬래머’ 이원희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설마 그게 기억이 날리는 없을 텐데 그의 대답은 그때와 같았다.
“관심 가져달라고 해서 관심이 생길까요. 우리가 먼저 스타를 만들고, 이슈화를 시켜 유도의 상품 가치를 높여야죠. 큰 대회에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도 감사합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