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손가락 절단 등 포항서 16명 구속-입건
“지휘부 결재 없이 마음대로 다른 조직을 공격하는 건 우리 사보이파의 명예와 기강을 무너뜨린 것이다. 선배에게 절대 복종하는 의미에서 혈주(血酒)를 돌리겠다.” 2007년 8월 새벽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한 가요주점. 포항지역 조직폭력배 사보이파의 선임 행동대원 김모 씨(31)는 후배 조직원 30명이 보는 앞에서 소주병 조각으로 자신의 팔을 그었다.
김 씨는 테이블 가운데 소주를 부은 큰 사발을 놓고 피를 떨어뜨리는 시범을 보인 뒤 소주병 조각을 조직원들에게 돌렸다. 30명이 돌아가면서 팔을 그어 피를 사발에 받았다. 사발이 가득 차자 조직원들은 혈주를 한 잔씩 만들어 “선배에게 절대복종하고 새 출발한다”고 외치며 마셨다. 이날 ‘행사’는 당시 사보이파 일부 행동대원이 다른 조직폭력배를 급습한 사건으로 5명이 구속된 뒤 군기잡기 차원에서 이뤄졌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김 씨 등 사보이파 4명을 비롯해 시내파와 삼거리파 등 포항지역 3개 조직폭력배 8명을 구속하고 8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후배 조직원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경쟁 관계 조직원을 집단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보이파가 조직원을 늘리는 등 세력을 키우는 것을 주시하다가 불법행위를 적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