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시장을 토대로 자력갱생했다면 북한 권력은 해외원조에 기대 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급제가 붕괴된 시기에 북한 권력은 개입정책을 펼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 햇볕정책을 펼친 한국 정부를 상대했다. 핵과 미사일을 들고 위협해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중유를, 한국 정부로부터는 돈과 쌀을 받아냈다. 이 시기 북한의 민간 경제는 다양한 시장을 창출했다. 2001년 중국으로 나온 탈북자가 한국으로 가기 위해 브로커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은 1000만 원이었다. 2만 탈북자 시대가 열린 지금은 100만 원대로 떨어졌다. 탈북자 빼내기 사업에 뛰어든 브로커의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은 세금을 내지만, 북한 시장에는 세금이 없다. 규제와 세금이 없다 보니 부의 축적이 빨랐다. 눈치 빠른 관료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권력을 배경으로 돈을 벌었다. 1,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유엔 제재,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퍼주기’의 중단으로 밖에서 들어오던 돈줄이 마르자, 북한 권력은 시장이 창출하는 부를 뺏기 위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새 화폐로 바꿔줄 수 있는 금액을 한정해 장마당 사람들이 재산을 날린 반면 권력은 손쉽게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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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