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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원들 댁의 아이가 밤샘 게임해도 방치하겠나

입력 | 2010-11-18 03:00:00


부산의 한 중학생이 인터넷게임을 못하게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학생의 가족은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어머니 혼자 남매를 데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생계 때문에 어머니의 귀가가 늦고 지난해 이사 때문에 예전 친구들과도 고립된 이 학생은 게임에 빠져들었다. 모자(母子)의 갈등은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게임중독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 사회가 게임중독을 방치하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청소년 게임중독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자 아이를 둔 거의 모든 가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은 고위험군 16만 명, 잠재위험군 86만 명을 합쳐 100여만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게임중독이다. 인터넷중독의 부작용은 수면부족, 시력저하, 건강악화, 학교공부 소홀, 교우관계 위축을 부른다. 특히 현실과 가상공간의 혼동은 매우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청소년이 게임중독에 빠지기 쉽다. 부모가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한부모가정 자녀들은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장시간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이들 가정 청소년의 중독 비율은 일반 가정의 2배를 넘는다. 2007년 게임에 중독된 조손(祖孫)가정의 중학생이 게임을 막는 친할머니를 살해했고 올해 3월엔 게임중독 부부가 영아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게임 규제를 업계 자율에만 맡겨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5월 일정시간 이상 게임에 접속하면 아이템 혜택이 줄어드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과 본인 인증 주기적 실시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접속 제한 같은 근본적 조치가 없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을 금지시키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게임업계의 로비 때문에 국회 처리가 지지부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올해 국내 온라인게임의 시장 규모는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20%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新)성장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도 규제를 꺼린다. 아무리 돈벌이가 좋다지만 청소년의 정신과 건강까지 파괴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