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부자감세 프레임에 걸려 이상해져… 黨서 빨리 결론을”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월례 조 찬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발언은 모호하긴 하지만 현재 여권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감세 부분 철회’ 논쟁에 대한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 오해 섞인 논쟁이 안타까운 대통령
이어 이 대통령은 ‘세율은 낮춰서 1인당 세 부담은 줄이지만, 세금 회피자를 찾아내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세원(稅源)은 넓히는 게 옳다’는 평소의 조세 원칙을 강조하면서 향후 논의과정에 원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는 충분히 진행됐으며, 현재 논쟁은 ‘꼬리’에 해당하는 상위(고소득층)의 감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2008년 집권 이후 법인세를 2차례 인하했다. 이때 수혜자는 대체로 법인세가 1억∼2억 원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었다. 또 약 1000만 명에 이르는 연소득 8800만 원 이하인 대부분의 월급생활자 및 자영업자는 이미 2008년 말 소득세가 2%포인트 낮아져 감세 혜택이 주어졌다. 지난해 발간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소득 8800만 원 이상인 국민은 2008년 기준으로 20만6400명(봉급생활자 7만9700명, 자영업자 및 별도소득 있는 봉급생활자 12만6700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꼬리’라는 표현을 쓴 것도 1100만 명을 넘어서는 납세자 가운데 2%가량인 20만 명에 해당하는 일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신속 매듭 방침 … ‘공’은 한나라당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다만 여권 전반에는 “어떤 식이든 결론을 빨리 맺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결론은 이번 정기국회 때 내려질 것 같다. 그러나 법제화는 상황에 따라 당장 할 수도, 내년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혼선 원인은 현재 여권에서 2012년 총선·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인 그룹과 현 정부의 정책철학 견지를 중시하는 정책참모 그룹 사이에 감세정책을 놓고 단층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012년 수도권 선거 참패를 우려하는 의원들의 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세를 놓고 감세원칙을 깬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계속 원칙 훼손을 요구받을 텐데 걱정…”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다만 22일 열릴 예정인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중구난방으로 발언이 나오는 것은 사전 조율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것이 여권의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안 대표에게 “당에서 먼저 결정짓지 말고 논의하는 과정에 정부와 협의하라”고 한 말도 이런 뜻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