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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파행은 ‘국회 本色’?… MB “시한내 통과시켜달라”

입력 | 2010-11-19 03:00:00

2007년엔 대선 다걸기… 2008년엔 감세법안 격돌
2009년엔 4대강 대치… 2010년엔 청목회 핑계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18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유로 민주당이 예산심사를 보이콧하면서 올해도 ‘상임위 파행→본회의장 충돌→예산안 단독처리’로 이어지는 예산국회 파행 위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만만찮다.

○ 이 대통령, “예산안 (시한 내) 처리”

이날 청와대 만찬엔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고흥길 정책위의장 등 당 정책라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나는 1월 1일부터 일하기 위해 12월 3∼15일 업무보고를 받는다. 예산안이 시한 내 통과되면 다문화가정, 실업계 고교 지원, 보육 등 3대 복지예산 수혜자들이 연초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라 전체를 위해 예산안을 (시한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민주화 이후 예산안이 제때 처리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 시한 내 통과되면)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인 이상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 매년 오명의 역사 새로 쓰는 국회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1988년 13대 국회부터 현재 18대 국회까지 22년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지켜진 것은 단 6번뿐이다. 여야는 매년 예산국회에서 오명의 기록을 새로 써왔다.

지난해 여야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급기야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까지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안이 예산결산특위로 넘어오지도 못했다. 통상 여야는 법정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 일단 상임위에서 예결위로 예산안을 넘겨 ‘전투’를 벌였으나 이런 관행마저 깨졌다. 법정 처리 시한까지 예결위에서 예산안 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은 199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었다. 올해도 상임위가 ‘올 스톱’돼 지난해 기록이 깨질지 주목된다.

2008년 예산국회에선 현재 여권을 뒤흔들고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 법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민주당이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부자감세’라며 공세를 펴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대선이 치러진 2007년에도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졌다. 1992년과 1997년, 2002년 등 대선이 있는 해에는 어김없이 11월에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2007년에는 여야가 대선에 ‘올인(다걸기)’하면서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 예산국회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제도로는 국회의 ‘헌법 위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예산심의 기간은 60일로 미국(240일)이나 영국(120일)의 의회보다 매우 짧다. 더욱이 예결위가 상설 상임위인 선진국 의회와 달리 우리나라는 특별위원회인 데다 소속 위원의 임기도 1년이어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회가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소수당이 예산안을 미끼로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며 “예산 심사와 정치 현안을 분리하는 전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