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다문화 갈등 새마을 운동으로 풀어요”

입력 | 2010-11-19 03:00:00

■ 새마을 중앙회 전국적 캠페인




한국에 온 지 5년이 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 이수진 씨(왼쪽)와 오성희 중랑구 망우3동 새마을부녀회장이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4동 중랑구민회관에서 ‘멘터-멘티’ 결연을 한 뒤 증서를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의 주최로 이날 열린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에서 결연을 했다. 사진 제공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1 서울 광진구 새마을부녀회원 김영옥 씨(52)는 27일 결혼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딸’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기로 했다. 김 씨는 병원 예약 방법도 잘 모르고 검진 결과도 걱정돼 혼자 병원에 가길 두려워하는 딸 대신 산부인과 예약을 했다. 김 씨의 ‘딸’은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원타이킴 씨(25). 원타이킴 씨는 새마을부녀회를 통해 김 씨와 ‘멘터-멘티’를 맺은 뒤부터 베트남에 있는 친정엄마를 부르듯 김 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김 씨도 그를 친딸처럼 챙긴다.

#2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사는 한 일본 출신 결혼이주여성은 남편의 폭언과 폭력 때문에 괴로워했다. 정신질환이 있던 남편의 증상이 결혼 뒤 심해졌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남편이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 것. 이를 알게 된 새마을부녀회 멘터 유봉남 씨(64)는 이 여성의 남편이 병원에 가도록 설득하고 영주시새마을회를 통해 무료로 치료를 받도록 도왔다.

○ 다문화 갈등 푸는 새마을운동

현대적으로 거듭나고 있는 새마을운동이 결혼이주여성 끌어안기에 나섰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해부터 부녀회원과 결혼이주여성의 ‘멘터-멘티 맺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까지 3000명 가까운 새마을부녀회원이 김 씨처럼 일대일로 멘터-멘티를 맺고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저는 중국에서 장사를 했거든요. 한국에서도 장사를 해보고 싶은데 남편하고 소통이 잘 안 돼요. 제가 이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말하면 이래요. ‘시끄러워, 그만해’라고요.”

17일 서울 중랑구 면목4동 중랑구민회관에서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천즈춘(陳志春·43) 씨의 말에 집중하던 이주여성 60여 명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말 안 해도 안다’는 표정들이다.

이들은 이날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이 연 ‘다문화 정착 지도자 교육’에 참여했다. 중앙회는 문화 차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줄이고 한국사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한 번에 사흘씩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벌써 53회째로 올해 교육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 자존심 회복 교육 필요

결혼이주여성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아기를 대신 보는 등 교육에 마음 놓고 참여하도록 돕는 것은 새마을부녀회원들의 몫이다. 교육 참여를 말리는 시댁 식구들을 대신 설득하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관계자는 “한 면단위 부녀회장님은 며느리가 도망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시댁 식구들에게 ‘내가 책임진다’며 사흘 동안 이주여성 7명을 자기 차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며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고립 속에서 좌절과 분노를 겪기 마련인 이주여성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며 자긍심을 회복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선배 이주여성은 다문화 정착 지도자 교육을 받은 뒤 자국 출신 새내기 이주여성의 멘터가 된다. 3월 멘터가 된 중국 출신 김홍래 씨(39·전남 함평군 함평읍·1996년 결혼)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은 한국에서 농사를 처음 지어본다며 힘들어하다가 펑펑 울기도 한다”며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면 고향 음식을 만들어주며 위로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