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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펀드 열풍… 시장의 두가지 시각

입력 | 2010-11-20 03:00:00

中경제 낙관론… 품절사태
환금성 떨어져… 집중금물




중국 펀드가 부활하고 있다. 2007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펀드 투자 열풍을 앞장서 이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 난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는 ‘중국 본토’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과거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홍콩 펀드가 중국 펀드 바람의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본토 증시를 직접 공략하는 펀드로 얼굴이 바뀌었다.

올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펀드 대량 환매 행진 속에서도 중국 본토 펀드는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판매 한도가 소진돼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다른 신흥국 증시에 비해 중국 증시가 여전히 덜 오른 데다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와 믿음이 커지는 점이 인기몰이 비결이다.

○ 중국 증시 출렁여도 투자 러시는 계속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중국 본토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1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펀드(16조5000억 원)와 해외 주식형펀드(7조1500억 원)에서 무려 24조 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1,800 고지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9월부터 유입 자금이 급증했다. 9월 약 1400억 원에 이어 지난달에는 4800억 원 이상이 흘러들어왔다.

최근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높아지자 중국 증시는 5% 이상 급락했고 본토 펀드의 단기 수익률도 추락했지만 투자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8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미래에셋 차이나A셰어 2호’는 이틀 만에 판매 한도인 약 1300억 원어치를 모두 모집했다. 이 회사 박종석 마케팅기획본부 부장은 “국내 증시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해 중국 본토 펀드에 많이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2007년 ‘묻지 마 투자’를 이끌던 중국 펀드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홍콩 H주 펀드’였다. 당시 중국 본토 A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PCA자산운용의 ‘PCA 차이나 드래곤A셰어’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 설정된 본토 펀드는 18일 기준 15개에 이른다. 지난해(8개)보다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현재 본토 펀드는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본토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10월부터 한도를 채우고 판매를 중단한 펀드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운용사들은 본토 펀드 대신 홍콩 증시에 상장돼, 중국 본토 A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내놓고 있다.

현재 중국 본토 펀드는 해외 금융회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적격 해외 기관투자가(QFII)’라는 자격을 취득한 뒤 허가 받은 금액 한도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현재 국내 9개 금융회사가 QFII를 취득했다.

○ G2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확신 커져

중국 본토 펀드가 각광 받는 것은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올 들어 10∼20%가량 상승한 반면 중국 증시는 오히려 13% 하락한 상태여서 앞으로 반등할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1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865.45로 2007년 10월 기록한 최고점 6,092.06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11월 초 3,150 선을 뚫었던 중국 증시는 최근 추가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으로 긴축 우려가 확산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축 모드가 중국의 탄탄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긴축 모드는 경기를 연착륙해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4분기 경기선행지수 반등 기대감, 연말 소비시즌을 앞둔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지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진행되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되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성이 이끄는 중국 증시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 내수진작 불가피할 것” vs “증시 버블 꺼지는 상태”

무엇보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졌다. 13억 인구의 급속한 소득 증가와 도시화로 중국은 미국을 능가할 차세대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 약 70조 달러까지 급증해 40조 달러에 머물 미국을 크게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중국의 시가총액은 29%로 미국(25%)을 제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년 만에 또다시 중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한국과 같은 A1에서 Aa3로 상향조정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앞으로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중국 증시가 꼽히기 때문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석 부장은 “금융 중심으로 이뤄진 홍콩 증시와 달리 중국 본토 증시는 제조업부터 에너지, 원자재까지 다양한 내수기업이 많다”며 “앞으로 중국은 내수 소비를 진작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국 본토 펀드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거 같은 ‘집중투자’는 금물

다시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중국 펀드 열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중국 증시는 저평가된 게 아니라 6,000 선까지 오른 뒤 버블이 꺼지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특히 중국 본토 증시는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된 시장이 아니어서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면 중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증시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정책 리스크가 크고 신흥국 특성상 주가 출렁임이 심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또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비유통주’가 거래되면 증시 상승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다른 펀드보다 환매가 자유롭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중국 펀드는 환매 대금을 받기까지 최장 40일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중국의 성장 잠재력만 보고 뭉칫돈을 계획 없이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시점과 금액을 분산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대열 팀장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투자자금도 한꺼번에 넣기보다는 시점을 나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