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 수제 치즈, 유통기한 20일로 승부
《초겨울로 접어든 목장 언덕에는 젖소 대신 찬바람이 노닐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 동쪽 모퉁이에 낙안목장의 유가공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목장에서 갓 짠 1등급 무항생제 우유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곳이다. 낙안목장의 김귀진 대표(38)는 남들과 다른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국내 낙농가 대부분은 젖소를 길러 대규모 유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데 주력한다. 그런데 낙안목장 집 아들로 자란 그는 대학시절 ‘우리 땅에서 기른 소의 우유로 우리 입맛에 맞는 치즈를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고, 그 꿈을 이뤘다.》○ 신선한 우유의 풍미 담은 치즈
낙안목장의 수제 스트링치즈에는 우유의 맛과 향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치즈를 늘여 결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김귀진 대표. 그는 “가래떡 모양을 보고 ‘이게 치즈냐’고 두세 번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면서 웃었다. 순천=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낙안목장에서 만드는 수제 스트링치즈에는 보존료와 색소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 우유가 98.4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스타터(유산균 배양액)와 우유를 굳게 하는 렌넷, 염화칼슘뿐이다. 숙성시키지 않은 프레시 치즈로 피자 치즈로 널리 알려진 모차렐라, 크림치즈, 커티지치즈가 여기에 속한다. 이 스트링치즈는 유통기한이 20일에 불과하다. 원유도 무항생제 및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단일 목장의 것을 쓴다. 김 대표는 “수입 숙성 치즈가 흔해진 국내 상황에서 소규모 목장 유가공 산업이 찾을 수 있는 틈새시장의 키워드가 신선함이라고 생각해 프레시 치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맛살처럼 찢어지는 스트링치즈는 결이 가늘고 세밀하게 찢어진다. 우유를 10분의 1로 농축해 만든 것이라 결마다 신선한 우유의 풍미가 담겨 있고 식감은 쫄깃쫄깃하며, 짠맛이 전혀 없다. 낙안목장 요구르트도 향료와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무항생제 우유 93%에 유기 원당이 내는 은근한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 정직과 정성이 낳은 결실
이 치즈는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뤄야겠다’는 결심에서 태어났다. 김 대표는 순천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순천축협에서 일했다. 7년간 돼지 종자개량 업무를 하다 대학원에 진학해 순천대 소규모 유가공연구센터 소장 배인휴 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목장형 유가공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03년. 국내에는 소규모로 치즈 및 요구르트 생산 설비를 세팅해본 전문가가 없어 일본 홋카이도 유가공연구소의 가와구치 오사무 씨에게 기술 전수 및 컨설팅을 받았다.
치즈 작업을 위한 용기의 크기부터 물의 온도, 작업 장갑의 종류를 결정하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지만 이를 알리는 과정은 ‘또 다른 산’이었다. 김 대표는 “‘어른들이 말릴 때 들을걸…’ 하고 후회한 적도 많다”면서 웃었다. 2008년 CJ오쇼핑의 ‘1촌 1명품’에 선정되고 생활협동조합에 납품을 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생산 초기엔 월 매출 1000만 원이라는 목표가 아득했는데 지금은 월 매출이 8000만∼9000만 원이다. 한정된 생산량 때문에 TV 홈쇼핑 방송을 할 수 없어 CJ몰에서만 판매했는데도 그랬다.
순천=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