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의 폭풍 돌파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의 몰리나(가운데 흰색 유니폼)가 울산 수비수 이용(왼쪽)을 제치고 볼을 따내고 있다. 울산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축구에서 라커룸은 가장 프라이빗(private)한 공간이다. 경기 직전 마지막 미팅과 감독 지시사항이 전달된다. 미팅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외에는 얼씬도 못 한다. 취재진도 접근 금지다. 스포츠동아가 K리그 챔피언십에서 구단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특별히 라커룸을 살짝 엿본다. 1탄은 울산 현대다.
울산은 21일 성남과 6강PO 홈경기에서 수비수들의 연이은 실수로 자멸했다. 선제골 직후 김치곤이 볼을 뺏기는 바람에 PK를 내줬다. 가장 믿었던 중앙 수비수에 발등을 찍혔다. 이후 나머지 선수들도 어이없는 패스미스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쯤 되면 하프타임 때 울산 라커룸 분위기가 능히 짐작이 된다. 감독이 나서서 큰 소리 한 번 치고 나면 뒤이어 코치들이 또 한바탕 혼을 내고…. 이게 일반적이다.
“백패스 하지 마라. 몸이 굳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라”고 한 게 전부다. 얼굴도 붉히지 않았다. 코치들도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저렇게 나오시니 코치들이 심한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울산은 후반에도 수비 실수로 1골을 헌납했다. 유경렬이 라돈치치에게 볼을 뺏긴 게 문전으로 연결돼 몰리나의 골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후 김 감독은 초연했다. “이렇게 된 걸 어쩌겠나. 오늘 패배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라. 모두 한 시즌 고생했다”고 어깨를 다독였다. 이미 끝난 승부에서 화를 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풍부한 경험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울산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