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형씨 소화기 들고 달려가 고가사다리차 타고 탈출 도와… 손가락 봉합수술 “할일 했을뿐”
22일 화재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다 다친 남기형 씨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누워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2일 오후 4시 5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보광훼미리마트 본사 건물에서 근무 중이던 남기형 POS 개발팀장(41)은 맞은편 건물 3층 창문 밖으로 치솟는 불길을 목격했다. 남 팀장은 사무실에 있던 소화기를 손에 든 채 정장 차림 그대로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눈으로 확인한 맞은편 화재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작은 창문 밖으로 네댓 명이 입만 내민 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곧 질식할 것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이날 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병원 병실에서 만난 남 팀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본 남 팀장의 동료들은 “평소에도 의리를 중시하고 의협심이 강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남 팀장은 구조 과정에서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찢어져 이날 병원에서 한 시간가량 봉합수술을 받았다. “유리 파편이 얼굴로 쏟아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제 와서 해보면 조금 아찔하네요. 그래도 저보다 더 많이 다친 분들이 걱정됩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영상=만삭 아내 뒤로하고 불길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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