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현 정부의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은 당황스럽고 동시에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턱없이 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동아시아연구원의 10월 조사에서 한나라당 37.3%, 민주당 23.5%로 지지율이 14%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고, 최근 조사에서는 20%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민주당 내에는 이대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 2년간 민주당은 국민에게서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변화와 쇄신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다짐했지만 대회 자체가 유권자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민주 과거답습 노선에 민심 등돌려
대표적 사례가 대북정책이다. 민주당 일부 세력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도 부인하고 북한의 3대 부자세습에 대해서도 비판 한마디 없이 침묵했다.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개발, 천안함 도발, 3대 부자세습으로 안보불안이 증폭되고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진 민심의 향배를 반영하지 못해 다수 국민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민주당은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에 부합하면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정책 개발에는 소극적이어서 이렇다할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친서민, 공정사회 등의 이슈는 민주당에 더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주도하면서 어젠다를 선점당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친서민 정책이나 공정사회론은 공허한 정치적 구호일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서민을 위한 진짜 정책을 제시한 당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수 국민의 눈에는 내실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발목잡기에만 몰두하는 정당으로 비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또 다른 이유는 당내 사정으로 계파대립이 심했고 변화를 이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분열된 당을 이끌고 변화와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무엇보다도 차기 대선 경쟁에서 한나라당이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권후보를 가진 반면, 민주당은 누가 대권주자가 될지 불확실하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정동영 씨 등은 한 자릿수 지지율만을 기록하고 있다. 여야에서 가장 앞서는 박근혜와 손학규의 지지율 차이가 20%포인트에 가까워 이를 극복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버거워 보인다.
차별화된 정책으로 비전 제시해야
그러자면 민주당으로서는 이념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노선과 정책을 시대의 변화와 민심의 향배를 고려하면서 새롭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과 차별화되면서도 효과적인 친서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서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지지기반은 넓어지고 지지율 또한 높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둘째로 민주당은 호남지역을 넘어 지지기반을 전국적으로 넓히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반한나라당 성향을 보인 젊은 세대를 확고한 지지층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진보개혁정당의 통합 혹은 연대를 위한 구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야권통합을 달성하는 일도 차기 대선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