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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 예산안 싸움, 장외선 대포폰 공격… 민주 투 트랙 투쟁

입력 | 2010-11-23 03:00:00


낮엔 원내…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복귀한 민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민주당은 22일 예산안 심사를 위한 등원을 전격 결정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예산안 심사와 함께 장외 투쟁도 병행한다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외 투쟁을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및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관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여권이 받기 어려운 국정조사 카드를 예산안 심사와 연계해 원내 복귀에 따른 성과물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 민주당, ‘현실적 고민’ 고려한 결정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부터 6시간여 동안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되풀이해서 각각 두 차례나 열어야 했다. 예산안 심사를 위한 등원 결정을 놓고 당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등원론을 꺼내들자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 등은 “아무런 상황 변화 없이 원내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반대했다. 의총에서도 예산심의 복귀냐, 파행이냐를 둘러싸고 의원 25명이 발언에 나서 격론을 벌였다. 의총에선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한다”는 온건론도 적지 않았지만 “상황이 바뀐 게 없는 만큼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강경론이 좀 더 많았다고 한다. 결국 양측은 손 대표가 제안한 ‘원내외 병행’ 투쟁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민주당의 방향 전환엔 파행 국회가 장기화될 경우 야당이 예산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민주당이 내부 혼선을 보이자 한나라당이 당 소속 의원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강행한 것도 민주당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 예결위 문은 열렸지만 ‘반쪽 심사’

밤엔 원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 마이크 들고 있는 이)와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및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 15분 예결위 전체회의에 복귀했지만 회의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전병헌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검찰 수사 총책임자인 김준규 총장의 예결위 출석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위원장은 “검찰총장은 예결위에 출석할 의무나 권한이 없고 검찰총장이 예결위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추가로 요구하며 의장석 앞으로 나가 이 위원장에게 “청와대의 지시에 끌려 다니지 말라”고 항의했다. 위원장석을 둘러싼 채 ‘청와대 대포폰 의혹 규탄’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장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후 4시 10분 집단 퇴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만 정책 질의를 벌였다.

○ 여야 대결의 불씨는 곳곳에

민주당이 원내에 복귀하긴 했지만 첨예한 공방의 불씨는 곳곳에 깔려 있다. 가장 첨예하게 반대하는 4대강 사업(국토해양위)을 비롯해 민간사찰(정보위), 검찰개혁(법제사법위), 아랍에미리트 파병(국방위, 외교통상위) 등 현안을 놓고 대여 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또 예산안 이외에 법률안 심사는 거부한 만큼 주요 법률안 처리는 공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예산국회 파행이라는 극한 대치는 풀렸지만 국회가 당분간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예결위 간사 등 6인 회동을 열어 다음 달 6일까지 예결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합의했으나 예산안 처리 시점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다음 달 6일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예결위 의사일정만 잡았을 뿐 예산안 처리시점에 대해서는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