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론’ 대두되는 美
미국이 대북정책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 농축우라늄프로그램시설을 목격하고 돌아온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0일 내놓은 8쪽짜리 방북보고서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 정계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며 핵개발의 야욕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명됐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역시 원자력이 평화적 이용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결론적으로 헤커 소장은 “과학자로서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핵문제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유일한 희망은 관여(engagement)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비(非)관여 정책을 지속한 결과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확대했다는 비판성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당장 두 갈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차기 하원외교위원장 자리를 예약한 공화당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은 21일 성명에서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라며 “이제 강경 대응에 나설 때이며 그 첫 조치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유화정책으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단호히 뿌리쳐야 하며 모호한 합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단계적으로 위협을 고조할 때마다 협상테이블로 나갔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대북정책의 근간을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흔들 것 같지는 않다. 8월 국무부가 힐러리 클린턴 장관 주재로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점검하는 민관합동회의를 가졌지만 당시 내린 결론 역시 악행에 대한 보상 형식의 대화 재개는 곤란하다는 것.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유화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어떤 대화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 협상이어야 한다는 뜻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