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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포격 도발]北 ‘호국훈련’ 빌미로 도발

입력 | 2010-11-24 03:00:00

北, 17-22일 연이어 “재난 올것” 위협
軍, 상투적 대응 간주 도발예상 못한듯




국방부 브리핑 이홍기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왼쪽)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은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앞두고 한국군의 연례적인 ‘호국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2일 호국훈련을 겨냥해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악랄한 도전이며 용납 못할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괴뢰 호전광들의 분별없는 대결전쟁 책동에 조선반도에서 임의의 시각에 핵전쟁이 터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의 북침전쟁 연습소동은 온 겨레에게 참혹한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사이트는 합동참모본부가 호국훈련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인 17일에도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기 위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또 조평통은 22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정부가 남북 단체 간 접촉을 불허한 것을 “극악무도한 반통일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18일에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실질적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노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며 도발”이라고 문제 삼는 등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 왔다.

북한이 무력 도발의 빌미로 삼은 ‘호국훈련’은 전국을 무대로 육해공군이 벌이는 합동훈련이다. 1996년 기존의 한미 연합 팀스피릿 훈련을 대체해 매년 10월 말∼11월 초 방어에 초점을 맞춰 실시해 왔다. 2008년부터는 육해공 3군의 합동성(jointness) 강화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올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문에 이달 22∼30일 실시한다고 군 당국은 예고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북한의 위협을 그동안 한국군의 군사훈련 때마다 보여 왔던 상투적인 대응으로 간주한 듯하다.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도 이번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국정원 예산 문제와 청와대 파견 국정원 직원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을 하던 중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정보위 소속 한 의원에 따르면 김숙 국정원 1차장이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원 원장에게 구두보고를 한 뒤 국정원의 한 국장이 원 원장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보고했다. 원 원장이 보고를 받는 상황을 지켜본 정보위 의원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해 사태를 파악했다고 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