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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양병이]도시공원 예산확보, 정부가 나서야

입력 | 2010-11-24 03:00:00


도시에서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시설 중 하나가 공원이다. 큰 공원이 만들어지면 금세 주변 집값이 올라가는 것도 공원을 시민들이 원하고 그 옆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도시공원을 ‘그린인프라’라고 부른다. 도로, 상하수도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기본 인프라시설로 취급하고 있다.

국내 도시공원의 현실을 보면 도시계획으로 지정만 하고 실제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은 공원이 2007년 말 현재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계획으로 지정만 하고 실제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계획시설들을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라고 부른다.

전국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면적은 1484km²(약 4억 4891만 평)에 이른다. 시설별로는 공원이 가장 많고 도로, 유원지, 녹지 순이다. 서울시는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 녹지가 면적대비 92%(200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은 일몰제에 의해 10년 후인 2020년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된다.

도시공원이 조성되지 못하는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부족 때문이다. 공원용지 중 사유지가 많다는 점도 공원 조성을 어렵게 한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공원면적 중 사유지의 비율이 37%에 달한다. 도시공원을 조성하려면 공원 내의 사유지를 매입하는 비용과 공원시설조성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많은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공원을 조성하는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도시공원이 조성되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확보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미집행도시공원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와 공원전문가들이 도시공원 중 주요 공원은 국가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 능력만으로는 도시공원의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1976년에 도시공원법을 개정해 국영공원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1994년, 핀란드는 2000년 국가도시공원을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법에서는 국가공원이 없으나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서 용산공원은 국가에서 조성해 관리하는 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10년 후가 되면 집행이 되지 않은 도시공원이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부족한 도시공원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시민 모금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90%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의 공원은 국가 인프라 시설이다. 국가도시공원제도의 도입과 공원예산 확보방안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좋은 방안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