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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취업뚫기]LG전자 김영롱-조호연 씨

입력 | 2010-11-25 03:00:00

취업용 스펙쌓기 사절…실전용 한우물만 팠죠




LG전자의 GMA 인턴제를 통해 지난달 LG전자에 입사한 김영롱 씨(왼쪽 사진)와 조호연 씨(아래쪽 사진)는 학부 시절부터 좋아하던 마케팅과 기획 분야에서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은 것을 취업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 제공 LG전자

《“취업용 공부를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취업으로 연결이 됐네요.”

7주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 10월 LG전자에 입사한 조호연(26), 김영롱 씨(25·여)는 한마디로 ‘준비된 정직원’이었다. 이들은 LG전자 휴먼엔터테인먼트사업부가 ‘실전형 인재’를 뽑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글로벌 마케팅 어드벤처(GMA) 인턴제를 통해 취업 관문을 뚫었다.

외국어 실력과 해외 경험 등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GMA 인턴제에서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꾸준히 매달린 실전 경험이었다.》

○ 본말전도 아닌 정석대로 승부

취업난이 심해질수록 구직자들은 소위 스펙에 매달린다. 하지만 명확한 지향점이 없는 스펙 쌓기는 본말전도(本末顚倒)가 될 수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한 실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서류 만들기에 급급해지는 것이다.

조 씨와 김 씨는 취업용 스펙 쌓기로는 본인에게 맞는 직장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각각 기획 분야와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와 관련된 동아리나 인턴 활동을 해왔다. 그런 경력이 쌓여서 LG전자의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 입성한 것. 이들은 “많이 경험해 본 업무를 하니까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조 씨의 경우 학부 시절 경영전략을 다루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대학 동아리라지만 외부 기업과 컨설팅 작업도 해볼 정도로 전문적인 모임이었고, 컨설팅 회사에서 3개월 정도 인턴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평가하는 김 씨는 학부에서 마케팅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고, 대학원에서도 마케팅 부문을 집중 공부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포털사이트에서 기자로도 활동했고, 제조업체의 마케팅 부서에서 인턴 활동도 했다.

김 씨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GMA 인턴으로 선발됐을 때 회사 임원께서 ‘너희가 뽑힌 이유는 수천 명의 지원자 중에 가장 잘나서가 아니라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내가 평소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분야였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 남다른 적극성이 무기

GMA 인턴 과정 중에는 지방 리조트에서 진행됐던 사흘간의 세미나가 있었다. 먹고 잘 시간도 부족할 만큼 속칭 ‘빡셌던’ 세미나는 20명이 5개조로 나뉘어 상품기획을 하고, 주어진 케이스의 해법을 찾아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인턴 평가 과정에서 흔히 활용되는 합숙 세미나의 평가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김 씨는 “팀워크를 조화롭게 이루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시키는 능력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모바일 텔레비전의 상품기획을 맡게 됐는데 해당 품목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는 얼마나 논리적이고 적극적으로 기획안을 구성해내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글로벌 감각이나 외국어 실력도 결국 적극성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조 씨와 김 씨는 학부 시절 한 학기 정도 각각 호주와 스위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조 씨는 “호주에 가서 느낀 것은 한국 친구들이 훨씬 똑똑한데 영어라는 제약 때문에 자신감이 없다는 점이었다.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우려고 노력한 것이 성과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초기엔 수업 때 영어를 다 못 알아듣더라도 맨 앞줄에 앉아서 매일 손을 들고 발표를 하며 자신감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 해외 활동 기회까지 있었던 인턴 기간, 업무에 적극 활용

LG전자 GMA 인턴의 경우 인턴 가운데는 매우 드물게 해외 활동 경험을 제공한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1주일 정도 해외 활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업무 성격에 따라 지역이나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기획 분야에 속한 조 씨는 무려 4주 동안 두바이, 모로코,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섭렵하는 행운을 누렸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현지인이나 지사 관계자들을 만나 아프리카에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전략을 짜는 여정이었다. 그는 “회사가 나에게 투자를 한다고 느꼈고 그에 부응하려면 많이 배워서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부서에 배치된 김 씨는 영국에서 현지 유통 채널을 샅샅이 훑으며 상품기획 작업을 했다. 현지 체류 기간은 1주일이었지만 가기 전에 5주간 새로운 콘셉트를 연구하는 데 매달렸기 때문에 장기 프로젝트였다.

이들은 대기업 인턴이라고 하면 흔히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권한과 경험이 정직원으로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준비된 인재답게 벌써 미래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지금 있는 상품기획 부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모든 프로세스의 선봉에 서 있는 분야라서 다음에는 실행 단계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조 씨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업무를 배우고 나중에는 세일즈 분야로 가서 진짜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