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소리 함께 목에서 피 왈칵… “정신차려라” 외침도 아득히
몸도 마음도 상처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에서 부상을 입은 해병대원들이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에는 중상자 6명과 경상자 10명이 입원해 있다. 성남=국회사진기자단
○ 악몽의 순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김 상병 등 부상자들은 참혹한 전장(戰場)에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김 상병은 피격 직전 고 서정우 하사(21) 등 휴가자들을 배웅하기 위해 연평도 나루터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김 상병이 탄 차량이 부대로 돌아오던 중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놀라 쓰러져 있던 마을 주민 4, 5명과 함께 부대로 복귀했다. 이때 2차 포격이 부대 곳곳을 강타했고 김 상병은 목과 팔 다리 등에 파편을 맞았다.
김진권 일병(20)은 당시 내무반 밖에 있다가 화를 당했다. 김 일병 아버지는 “호국훈련에 참가하고 오는 길에 피해를 본 것 같다”며 “내무반 안에 있던 동료들은 다행히 무사했다”고 전했다. 김 일병은 파편이 복부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고 이날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규동 일병(19)은 부대에서 훈련 중 다리가 아파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날아온 포탄 파편에 얼굴을 다쳤다. 얼굴 15cm가량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은 한 일병은 파편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고 현재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파편이 조금만 비켜갔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어머니 이필선 씨(50)는 “아들이 한 발짝 더 옮겼으면 얼굴 전체가 모두 날아갈 수 있었다”며 “봉합한 얼굴 부위는 성형수술로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 “전우야, 살아서 미안하다”
“내 아들 정우야”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연평도 전투전사자 합동분향소에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오른쪽)가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날 분향소에는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다른 부상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부상자들을 면회한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경상자들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팔이나 다리에 파편이 박히거나 골절상을 입어 깁스를 한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충격이 너무 커 상세한 정황을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자와 가족들은 방금 수술을 마친 몸인데도 “전사한 동료에 대한 애통함과 함께 이번 일로 해병대 지원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했다”고 공 의원은 전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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