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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커버스토리] 홍종현 인터뷰“약물중독은 몰라도 ‘빵셔틀’은….”

입력 | 2010-11-25 15:03:58


▶ 1편에서 이어집니다.

● 드라마 속 '불편한 현실'은 실제 상황
●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의 특별한 인연
● "저조한 시청률, 믿을 순 없어도…"


배우 홍종현은 모델 출신답게 훤칠한 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자랑한다. 사진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 '레알 청소년 드라마'를 보는 불편한 시선

'정글피쉬2'는 원조 교제, 폭력에서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등 학원가의 '불편한 진실'들을 여과 없이 다룬다. '레알 청소년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요즘 '껌 좀 씹는' 고교생들이 즐겨 쓴다는 비속어들도 종종 등장한다.

"어디서 듣보잡 X끼가 전학와서 X빡 돌게 만들어?"
"깝치지 마."
"너, 오늘 입에서 쓸개 좀 나오나보다"….

보란 듯 다른 남학생에게 키스하는 여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싸움짱은 여자친구의 가슴 노출 사진을 전교생에게 유포하기까지 한다. 이런 소재들 때문에 청소년 드라마치고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 드라마 속 상황들이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

"이 모든 사건들이 한 공간에서 벌어져서 자극적으로 보이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 아닌가요?"

- 드라마에서는 귀족, 자유계급, 양민, 천민 같은 계급이 나와요. 성적이나 힘에 따른 계급인데 이런 것도 학교에 실제로 존재할까요.

"전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저희 때도 이런 계급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계층을 부르는 호칭이 없었을 뿐이죠."

명문 자율고인 가화고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이자 민호수의 여자친구인 백효안(한지우 분)의 자살 원인을 밝히는 것이 '정글피쉬2'의 주요 줄거리다. 사진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이 드라마의 매력 요소 중 하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1등 아니면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집중력장애 치료제에 매달리는 아이, 공부보다는 음악이나 소설 등 다른 꿈에 매달리는 아이, 또 별 꿈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까지….

- 어느 교실에나 있음직할 생생한 캐릭터 때문에 드라마가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본인이 고교 시절 공부보다 일을 택했던 만큼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집중력을 높게 해 준다는 약물에 집착하는 서율(지연 분)이 가장 이해가 안 가지 않나요?

"아니요, 공부를 잘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다 이해가 가요.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현실이 많이 불쌍할 뿐이죠. 극중 '빵셔틀'이라는 계급도 나오잖아요. 공부도 못하고 싸움도 못해서 1진들 빵 심부름이나 해야 하는 애들요. 전 오히려 '빵셔틀'들이 더 이해가 안가요. 사실 착해서 당하는 건데…. 고등학생 때 이런 친구들을 구해줄 정도로 용감하진 못했지만 늘 안타까워하고 답답해하고 그랬어요."

드라마에서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조치 시행을 의식한 에피소드도 방영됐다. 극중 민호수는 체벌과 생활점수 감점 중 하나를 택하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주저 없이 감점을 택한다.

- 일선 학교에 내려진 체벌금지조치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 솔직히 학교 때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어요. 그 땐 '때린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 왜 때리지'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다 나쁜 곳으로 빠지지 말라고 때리셨던 거더라고요. 당장 체벌이 없어진다고 하면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아이들이 맞지 않아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는 거겠지만요."

홍종현은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연기하다보니 연기자들끼리도 훨씬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촬영 현장에서 김보라, 지연, 한지우와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제공 스카이룩엔터테인먼트.


▶ 아이돌 인기, 부럽긴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티아라'의 지연과 '엠블랙'의 이준 등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도 출연한다. 홍종현은 '맨땅에 헤딩'에서는 '동방신기' 유노윤호와, '오 마이 레이디'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최시원과 함께 연기했다. 출연한 드라마마다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한 셈이다.

-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준 씨 팬들이 "드라마에서 왜 얼굴도 잘 모르는 홍종현만 많이 나오나, 우리 오빠는 언제 본격적으로 등장하나"는 항의성 글을 남긴 것을 봤어요. 아이돌 연기자와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준이 형은 풍림고 자퇴생 역할이어서 학교신보다 길거리신이 많아요. 지난 주말 준이 형이 홍대 앞에서 촬영을 할 땐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난리였다고 하더라고요. 준이 형이랑은 최근에 패션 화보도 같이 찍고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 팬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이 부럽진 않나요.

"글쎄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질 것 같기도 하고요."

- 지연 씨가 맡은 소율이 민호수를 짝사랑하는 역할인데 지연 씨와 연기하는 소감은?

"지연 씨가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시더라고요. 말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요. 그런데 얘기를 좀 해보니까 밝고 착하던데요. 뭐, 천상 소녀 스타일이예요. 소녀."

- 학원물을 찍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교복 입고, 학교에 앉아 촬영하다보니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출연자끼리도 많이 친해졌고요. 사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 새롭게 연기에 도전하다보니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어졌어요. 대학에 가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하는 게 새로운 제 꿈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 때만해도 동물을 정말 좋아해서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저희 집에 해롱이라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거든요."

그는 처음 집에 온 날 해롱거리며 비틀대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는 강아지 얘기를 하며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 "시청률 뒷자리에 0이 더 붙는 게 목표"

그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부터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차트 넘버5'를 통해 패션 프로그램 MC로도 활약한다. '정글피쉬2'와 '차트 넘버5'의 첫 회는 우연히 같은 날 방송됐다. 지금도 매주 목요일이면 시간차를 두고 방송되는 두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한다는 그는 갑자기 찾아온 기회들에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혼자 MC를 맡은 건 처음이라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MC 중에선 '1박2일'의 이수근 씨를 좋아하는데 저도 그렇게 순발력 있고 재치 있게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유머 감각이나 순발력이라면 저도 뒤지지 않는 편인데…. 헤헤."

- 연기자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해 본 것보다 못 해본 게 더 많아서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요. 굳이 꼽자면 아이리스의 이병헌 씨나 탑이 맡은 역할?"

'정글피쉬2'는 청소년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연출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2회분의 시청률은 4%대로 저조한 편이다.

- 주연으로서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그가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뭔가 음모론이 느껴진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 시청률 집계 시스템을 믿지 않아요. 흠….하지만 더 열심히 연기해서 지금 시청률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게 해야죠."

'정글 피쉬2'에서는 앞으로 민호수가 친구들과 함께 여자친구의 자살원인을 밝히는 에피소드가 방영된다. 그가 그릴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나아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연기하고 싶다"는 신인 연기자 홍종현의 미래 또한 궁금해졌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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