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도하긴 이르다
한국 금융시장의 저력이 확인된 하루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일시적으로 흔들리던 국내 자본시장은 하루 만에 안정됐다. 외국인들은 사태 발생 다음 날에 안정된 모습으로 국내 원화 자본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다. 20원 넘게 올라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도 종가에서 5원 정도 오르는 것으로 마감됐다. 심지어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2000억 원 넘게 국채와 통안채를 사들이면서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연평도 공격 직후 유럽과 미국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안정된 흐름이다. 확전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원화 자본시장 안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영토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해 공격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명백히 다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북한이 전면전보다는 긴장감 고조를 통해 실리를 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유사한 사례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사한 사례들에서 국내 자본시장은 매우 빠른 복원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필자는 이외에 두 가지 점을 더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 빠른 대응이다. 사태가 발생한 직후 정부와 한국은행은 자본시장 불안을 방지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는 신호를 즉각적으로 내보냈다. 이는 시장에서 자본시장 규제 의지의 약화,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의 지연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아직 낙관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선택을 했지만 계속 투자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다른 이머징 국가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분명 지정학적인 위험을 갖고 있다. 다년간의 학습 효과로 외국인들 역시 지정학적 위험에 둔감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위험하에서도 같은 모습일 것인가는 불확실하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