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감싸기 맘먹었나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5일 “중국 외교부가 어제 오후 11시 40분경 주중 한국대사관에 양 부장의 방한 연기를 통보했다”며 “중국 측은 방한을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돼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양 부장의 방문 36시간 전에, 그것도 한밤중에 분명한 이유도 없이 사실상 취소 통보를 한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전통적 혈맹을 내세워온 북한과의 관계 사이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양 부장의 방한 연기는 중국의 난감한 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 시점에 피해자인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한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중국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천안함 폭침사건과 달리 명백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내부적으로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28일 시작되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이 서해에 진입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나아가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중국에 대한 설득 등 협력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번 연평도 도발을 놓고도 ‘한미일 대(對) 북-중-러’ 삼각 대결구도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장관은 클린턴 장관과 12월에 미 워싱턴에서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