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는 근대이행과정의 예술적 경향”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분석해 예술과 사회, 예술과 역사의 관계를 조명한 홍석기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회학자인 홍석기 버클리 코리아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54)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교차하던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에서 근대성을 찾는 작업을 2년 동안 진행해 ‘인상주의-모더니티의 정치사회학’(생각의 나무)을 최근 펴냈다. 인상주의를 비롯한 미술사 공부를 위해 명절이나 연휴도 반납해야 했다. 수험생이 대입 공부를 하듯 2년 내내 미술사 책을 탐독하고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다녔다.
“토크빌이나 마르크스 같은 사회사상가들이 그들의 저작을 통해 보여준 ‘풍경화’는 많이 접했습니다. 예술이 사회와 역사와 동떨어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이상 동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은 근대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출발선이었습니다.”
저자는 “인상주의는 근대사회와 세계체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아하고 숙성된 예술적 경향”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상주의는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운동, 근대세계에 대한 해석자의 지위를 거쳐 근대적 세계체제의 형성 시기와 맞물림으로써 세계를 석권하는 국제적 양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인상주의의 생성 과정에 대해 새로운 주장도 제기했다. 19세기 유럽의 예술가와 지식인 사이에 유행한 일본문화인 ‘자포니슴(Japonisme)’이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점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존 주장은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가 인상주의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인데, 인상주의가 갖는 근대적인 그림 소재, 빛과 대기 간의 작용에 따른 순간적인 색채 변화 등 핵심적인 부분에 끼친 영향은 거의 없고 다만 일부 인상주의 화가들이 구도를 잡을 때 우키요에의 것을 차용했을 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홍 수석연구원은 대학원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50대에 들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저술활동을 새로운 생의 목표로 잡았다. ‘무엇을 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가’라고 자문했을 때 돌아온 답이 ‘책을 가까이 하며 탐구할 때’였기 때문이다. 그는 후속작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1900년부터 100여 년 동안 서울은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를 모두 겪은 보기 드문 도시입니다. 도시사회학 등을 접목해 영문으로 서울에 관한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