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격언- 돌발사태에는 맞서라
주식시장에 갑자기 돌발 악재가 몰아닥쳐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쳤다. 주식을 팔지 못한 투자자들이 아우성을 치며 싼값에라도 팔아치우려고 난리였다. 그런 와중에 한 중년 투자자는 태연하게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다른 투자자들이 “당신도 현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왜 그리 태연한 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중년 투자자는 “물론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큰 평가손을 기록할 수 있소. 그러나 내가 투자한 회사를 믿고 있고 그 회사 또한 나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는 거요”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돌발 악재가 진정되면서 주가도 크게 회복되었다. 겁을 먹고 주식을 판 투자자들이 땅을 치며 후회하는 가운데 그 중년 투자자는 오히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큰 악재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앞뒤 돌아보지 않고 당장 주식을 팔고자 한다. 그 악재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고 얼마나 오래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비상구부터 찾고 보는 것이다. 주식시세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정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영업실적이나 재무구조의 변화, 신제품 개발의 성패, 부동산 매각, 유무상증자 추진 또는 대주주의 변동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당국의 통화관리, 금리나 환율의 변동, 무역수지나 자본수지의 증감, 또는 해외경제 요인 등 숱한 변수가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변화 요인 중에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도 있고,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돌발적인 재료의 등장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많은 투자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럴 때 너무 우왕좌왕하거나 서두르면 투자 판단을 그르치고 시장 분위기에 따라 뇌동매매에 휩싸이기 쉽다. 걸프전, 9·11테러, 이라크전쟁 등 해외의 돌발 변수나 북한 핵실험,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국내적인 돌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출렁거렸는데,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비상구를 찾아서 달려간 흔적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일수록 한발 뒤로 물러나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 돌발 요인이 시장에 일시적인 재료인지 장기적인 재료인지를 꼼꼼히 따져 보고 매매전략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구나 그 돌발 변수가 경제적 또는 증시 내적 요인이 아니고 외부적인 요인일 경우에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대체로 경제외적 돌발 변수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세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시장의 큰 흐름은 한두 가지 돌발 변수에 의해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 격언 중에 ‘전쟁의 포성이 들리면 주식을 사고, 승리의 나팔소리가 들리면 주식을 팔아라’라는 것이 있다. 돌발 악재가 발생해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면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돌발 호재가 발생해 흥분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면 비싸게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월가의 걸출한 펀드매니저였고 ‘역발상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드레먼 씨는 “최악의 상황이야말로 최고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의 요트 이름조차 ‘Contrarian(역발상 투자가)’이다. 이제부터 돌발 사태에는 과감히 맞서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