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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54회 국수전… 때론 아량 있게

입력 | 2010-11-29 03:00:00

○ 이세돌 9단 ● 강지성 8단
본선 16강전 8국 총보(1∼198) 덤 6집반 각 3시간




흑이 돌을 던졌을 때(백 198) 백이 덤을 받지 않아도 3집 남는 형세였다. 중반 한때 흑이 앞선 것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했다. 우하 백 142의 가벼운 응수타진에 흑 143으로 받은 것이 틀린 방향이었다. 백은 한 집도 채 안 되는 끝내기 이득을 보겠다고 한 것인데 흑이 그것마저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빚어진 참극이었다. 거부의 몸짓은 승부사의 본능이지만 때론 상대의 의도를 받아줘야 할 때도 있다.

강지성 8단은 백 146이 우변 대마에 대해 선수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백 146이 밑거름이 돼 백 148, 150으로 끊는 수가 성립하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하변은 백 집을 기대하긴 힘들고 흑 집이 조금이라도 붙을 곳이었는데 거꾸로 백 집이 10집 이상 나버렸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중앙의 2, 3집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백 184, 186으로 뒀을 때 흑이 실전처럼 틀어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 참고도 1, 3으로 둘 순 없을까. 이건 백 4로 흑 3점이 잡히는 것이 크다. 흑 5가 있는 듯한데 백 6으로 한발 물러서면 그만이다. 주최사 시드를 받고 본선에 진출한 이세돌 9단이 도전권 획득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소비시간 백 2시간 13분, 흑 2시간 59분. 19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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