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mm해안포 녹슬고 기름 줄줄
연평도 해안포 진지에 배치된 90mm 해안포를 동아일보가 단독 촬영했다. 북한 영토인 무도와 불과 12km 거리에 있는 이 진지 내부에는 M-47 전차를 개조한 90mm 고정식 해안포가 녹슨 채로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특히 포가 발사되는 포신과 본체 부분을 연결 지탱하는 접합 볼트의 부식이 심했다(점선 안). 연평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사진 더 보기
동아일보는 28일 해병대 연평부대의 해안가 절벽에 있는 90mm 해안포 진지를 살펴보았다. 이 해안포는 6·25전쟁 당시 사용하던 M-47 전차를 실전에서 퇴역시키면서 포만 떼어내 해안포로 배치한 것으로 사정거리는 1km 근접용이다. 이곳은 북한 영토인 무도와 12km, 북한 내륙 황해남도 강령군 평양리 수용동까지는 불과 12.7km 떨어져 있다.
연평도 해병대 부대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북한 장재도 초소에서 북한군 3명이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기름도 덕지덕지 엉겨 있었다. 포의 조정 손잡이 아랫부분에는 기름기가 엉겨 말라붙은 채 떼어 내기도 힘들었다. 사격한 다음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포탑 아래는 녹물과 기름이 뒤범벅되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바닥까지 붉은색 기름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해안포 옆에는 포의 부수기재 상자가 널려 있었다.
포신 오른쪽 부분에는 1976년 9월 국방부 장관 명의로 “이 시설은 국민의 정성 어린 방위성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으나 전혀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90mm 해안포에 대해 “사거리가 짧지만 적이 상륙을 시도할 때 활용되는 포”라며 “유사시 부대 내에 배치된 모든 해안포가 작전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다른 군 관계자는 “전차 몸체는 고철로 녹여 없앴지만 남아 있던 탄약과 포신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해안포로 배치했다”며 “백령도 등 도서지역에 지금도 배치되어 있지만 사격 정확성이 낮고 사정거리가 짧아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해안포 진지의 90mm 해안포 포탑부분에서 녹물과 기름이 흘러내려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다.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에 이 해안포를 사용하면 내부 폭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퇴역하는 장비를 활용한 탓도 있지만 습기가 많은 해안의 특성을 고려해 포 정비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정부가 해안포 장비를 현대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군도 무기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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