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연평해전 전사 故황도현 중사 아버지 황은태씨
28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에서 제2연평해전 전사자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를 만났다. 8년 전 연평도 근해에서 벌어진 북한의 습격에 아들을 잃은 황 씨에게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남양주=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그는 연평도 포격 도발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고 했다. 아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어서였다. 환갑을 넘긴 그가 “차라리 내가 총 들고 나가 싸우고 싶다”고 했다.
“북의 도발이 있었을 때 바로 대응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때 하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 운운하면 ‘보복’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동네 깡패와 무슨 차이가 있나요. 국가가 이렇게 소극적인데, 앞장서서 싸우다 죽고 다친 군인들만 아깝습니다.” 황 씨는 끊이지 않는 북의 무력 도발은 우리 정부의 미흡한 대응 탓이라고 꼬집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사건은 벌써 다 잊은 겁니까. 포문은 고장 나 있고 우리 군은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도현이가 다시 살아온다면 ‘전쟁 나도 절대로 앞장서 싸우지 말고 숨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황 씨는 북의 도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뿐만 아니라 민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안보교육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청소년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야 합니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확충하느라 통일안보 교육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분개했다. “우리가 이렇게 안보교육에 뒷전인 사이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겠습니까. 학생들이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란 사실을 배워야 합니다.”
명백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켜보고도 원인을 다른 데서 찾으려는 이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제2연평해전이 우리가 북한에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아서 일어났습니까. 당시는 어느 때보다 많이 퍼준 시기이지만 북한은 되레 6명의 꽃다운 장병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아들의 죽음 이후 보수집회 단골 연사가 된 황 씨는 집회 때면 늘 “북한 수괴보다 남한의 종북 세력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전쟁이 나도 북한이 서울에는 포를 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서울에 있는 수많은 종북세력을 북한이 희생시키고 싶어 하겠습니까.”
황 씨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보상금과 더 좋은 훈장이 아니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아들의 비문을 고치고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천안함 전사자들처럼 한데 모아 기릴 수 있게만 하면 더 소원이 없다.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 총을 맞아 머리 반이 날아가고도 벌컨포 방아쇠롤 꼭 쥔 채로 전사한 고 황도현 중사의 비문은 썰렁하기만 하다. “청와대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불러 모아 놓고는 그 뒤로 아무런 대책도 없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현충원에 안장된 다른 국군 사망자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아 안 된다고만 합니다.” 황 씨는 “차라리 집 옆에 아들을 데려와 ‘연평도 근해에서 북괴와 싸우다 전사했다’고 비문을 써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민들이 아들의 희생을 알아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훈장”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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