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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박주영 원톱 카드’는 더 이상 안돼!”

입력 | 2010-11-29 11:07:14


슈팅이 골문을 빗나간 뒤 아쉬운 표정의 박주영.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오스트리아는 홈팀 이탈리아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강팀이었다.

당시 최고의 센터포워드로 꼽히는 마티아스 진델라가 오스트리아 팀 공격진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의 마이슬 감독은 진델라를 주축으로 잔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반면, 이탈리아의 포치오 감독은 메아짜, 오르시, 페라리 같은 건장한 선수들에다 '장똘뱅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몬티 같은 거칠기 짝이 없는 선수를 불러 모아 파워 넘치는 팀으로 조직했다.

예선에서 승승장구한 양 팀은 준결승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이탈리아의 1-0 승리.

개인기에서는 오스트리아 선수들이 앞섰지만 힘을 앞세운 이탈리아의 방어벽을 좀처럼 뚫지 못했고, 이탈리아의 구아이타에게 결승골을 빼앗겼다.

오스트리아의 공격진을 이끌었던 진델라의 별명은 '바람 탄 종이비행기'. 수비수 사이로 파고드는 스피드와 유연성, 순발력은 최고였으나 몸싸움 등 파워 면에서는 약해 이탈리아 수비진에 봉쇄당한 게 패인 중의 하나였다.

1974년 서독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 '공수의 핵'이었던 요한 크루이프(현 네덜란드 아약스 기술고문).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크루이프는 네스켄스, 렘, 레젠브링크, 케르호프 등과 공격진을 이뤄 '토털사커(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돌풍을 일으켰다.

서독(현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1-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크루이프를 주축으로 생겨난 '토털사커'는 이후 세계축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역시절 180㎝의 신장에 호리호리한 몸매였던 크루이프는 진델라와 비슷한 스타일. 하지만 크루이프는 진델라처럼 공격을 혼자 도맡는 '원톱'이 아니라 중원에서 공-수를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맡았다.

스피드와 순발력, 여기에 뛰어난 패싱과 슈팅력을 갖춘 크루이프는 네덜란드 축구는 물론 세계축구의 전술을 한 단계 올려놓은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남아공월드컵과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잇달아 한국축구의 '원톱'을 맡았던 박주영(25·AS 모나코).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의 고비 길이었던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으로 한골을 뽑아냈고,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4골을 넣으며 동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를 했다.

2005년 6월 우즈베키스탄과의 독일월드컵 예선전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뒤 한국축구의 최전방을 맡아 A매치 48경기에서 15골을 기록하고 있는 박주영.

하지만 '박주영 원톱' 카드는 국제무대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하다는 것도 아울러 드러났다.

네덜란드 아약스팀에서 활약중인 석현준.

축구 전문가들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갖춘 팀, 특히 파워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팀을 상대로 박주영 혼자서 수비진을 공략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182㎝, 76㎏의 박주영은 과거의 진델라나 크루이프 같은 스타일의 선수다. 힘을 위주로 하기 보다는 빠른 스피드와 순발력, 감각 등을 바탕으로 바람처럼 상대 수비진을 돌파하며 골을 노린다. 여기에 뛰어난 프리킥 기술로 갖추고 있다.

따라서 박주영은 힘이 좋은 공격 파트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같은 선수)와 투 톱을 이루거나, 왕년의 크루이프처럼 공수의 연결고리인 플레이메이커로의 변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크루이프가 '앞으로 아약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공격수'라고 극찬을 한 석현준(19·아약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위를 떨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18·함부르크 SV), 올시즌 K리그에서 22골로 득점왕에 오른 유병수(22·인천)….

박주영의 파트너가 될 만한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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