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금융대전]빅4 은행 치열한 생존경쟁

입력 | 2010-11-30 03:00:00

리딩뱅크, 3개월만에 뒤바뀔 수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돛을 올린 은행권 재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신호탄을 올린 은행권 지각변동은 내년 초 마무리될 예정인 우리금융 민영화로 본격화된다. 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로 은행권 재편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재편된 국내 은행권 판도의 키워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과 우리 국민 신한의 4강 체제 강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대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몰락하면서 대형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메가뱅크’를 탄생시키겠다는 구상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 지각변동의 폭은 당초 예상보다는 작지만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다. 4강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하나뿐인 ‘리딩뱅크’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빅4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4강 체제로 재편된 은행권 무한경쟁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은행권은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의 5강 구도였다. 이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5강의 몰락과 지방은행을 합병한 은행들의 부상기를 거쳐 국민 우리 신한금융의 3강과 하나금융의 1중 체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 같은 체제를 뒤흔들었다. 하나금융이 자산규모에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면서 명실상부한 4강의 대열에 합류했다.

9월 말 현재 하나금융의 자산은 200조 원으로 최대 은행인 우리금융(332조 원)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16조 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316조 원 자산의 금융회사로 덩치를 키워 우리금융과 KB금융(330조 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신한금융(311조 원)을 4위로 내려 앉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것이 큰 아킬레스건이었다”며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인수합병을 검토해온 것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등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강 체제로 재편된 은행권에서는 리딩뱅크를 향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위와 4위 간의 차이는 불과 21조 원에 불과한 만큼 외형에서는 어느 은행도 1위 수성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재편으로 4강의 규모에 큰 차이가 없어진 만큼 1분기 실적의 등락으로도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에겐 좋지만 과잉경쟁 후유증 우려▼

○ 신호탄 올린 은행권 영업 대전

재편된 은행권 4강의 최대 격전지는 영업 분야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기존 개인영업 및 프라이빗뱅킹(PB)에 대한 강점에 기업금융과 해외영업이라는 날개를 더했다. 또 외환은행 인수로 영업망도 대폭 확대돼 국내 은행 영업점은 649개에서 1002개로 늘어났다. 신한은행(942개)과 우리은행(892개)을 넘어서고 국민은행(1171개)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은행권 영업대전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을 끝낸 KB금융과 최대 계열사 국민은행은 최근 공격적으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고객 유치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장들에게 우량한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연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어 회장은 29일까지 우량 중소기업 29곳을 방문하며 지방 기업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경영진까지 직접 영업경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뛰고 있다.

갖가지 악재로 발목이 잡힌 신한금융과 민영화 채비에 한창인 우리금융도 곧 영업대전에 뛰어들 태세다. 라응찬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홍역을 치른 신한금융도 내년 3월 후계구도 논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영업력 회복에 역량을 쏟아 부을 태세다. 컨소시엄을 통해 독자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 역시 내년 초 민영화가 일단락되는 대로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약정(MOU)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 과열경쟁 우려도

금융권의 치열한 영업 경쟁은 고객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압도적인 1위의 메가뱅크 출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점 구조보다는 비슷한 규모의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수록 예금 금리 인상과 대출 금리 인하, 서비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딩뱅크를 향한 4강의 경쟁이 외형 불리기 경쟁으로 치우칠 경우 자칫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전 은행들이 치열한 외형 경쟁을 벌이면서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과 순이자마진(NIM)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막대한 부실을 낳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시점이다.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가 미치는 영향은 막대한 만큼 과열 외형경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