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스크’ 딛고 안정 찾아가지만… 채권신용도는 회복 안돼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소식이 알려진 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원화 가치 하락) 주가가 떨어지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한때 출렁거렸습니다.
북한의 공격 소식은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마감한 뒤 알려져 정규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24시간 열리는 역외 외환시장과 오후 3시 15분에 마감된 선물시장에서는 가격이 요동쳤습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역외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35원 안팎에서 움직이다 1180원까지 치솟은 뒤 116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코스피200 선물 12월물은 동시호가 직전인 오후 3시 5분 251.3에서 248.0으로 마감해 10분 만에 1.31% 하락했습니다.
북한 리스크가 터진 지 4일(거래일 기준)이 지난 29일 현재 금융시장은 사건 발생 초기보다는 진정된 분위기지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1152.50원으로 전 거래일인 26일 1159.50원보다 무려 7원이나 떨어졌지만 23일 1137.50원보다 15원이나 높은 수준입니다. 29일 코스피는 1,895.54로 전 거래일인 26일 1,901.80보다 0.33%가 빠졌습니다. 전 거래일의 감소폭인 1.34%에 비하면 진정됐지만 23일 1,928.94 이후 여전히 하향세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이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먼저 원-달러 환율의 급등 배경을 들여다봅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한국 자산이 폐허로 변할지도 모르니 자산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자산을 팔려고 하겠지요. 이에 따라 국내 자산 가격은 떨어지고 자산을 대표하는 원화도 가치가 땅에 떨어집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를 표시하는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것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한국 기업의 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기업의 사업은 전면 중단됩니다. 외국인들은 ‘언제 공장이 파괴될지 모르는 한국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손해’라고 판단해 한국 기업의 주식을 팔게 됩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또 다른 지표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입니다. 한국이 발행하는 해외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이 지표는 북한 연평도 포격 전인 22일 0.86%에 불과했으나 29일 오후 4시 25분 현재 1.1%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북한 리스크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아직 앞날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금융시장이 비교적 평정을 찾은 것은 그간 비슷한 경험을 겪으며 이 같은 충격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덕분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제1차 연평해전이 있었던 1999년 6월 15일에는 코스피가 당일 2.21% 빠졌다가 다음 날 3%가량 회복됐습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에 나섰던 2006년 10월 9일에는 2.41% 내렸다가 며칠에 걸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