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산가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혼란한 이 시기를 투자 기회로 삼을 것인지와 금융실명제가 어떻게 바뀔 것이냐다.
원래 연말이 가까워지면 미국의 소비기간과 맞물려 호재성 소재가 많아 증시는 활기를 띠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다시 불거진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북한의 연평도 사태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코스피는 2,000을 바라보며 1,976까지 올랐다가 이제는 1,900 선을 지키기도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다시 1150원 이상으로 치솟고 국가부도 위험을 표시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도 2008년 위기 수준까지 올라와 자산가들이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 관련 이슈들이 아직 진행되고 있고 향후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서 지금을 투자 기회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자산가들도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에서도 볼 수 있다. 북한 관련 뉴스들이 나오면 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들은 요즘 오히려 국내 주식의 비중을 늘려가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지금은 시장의 뉴스들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실체를 보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현명한 자산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올해 하반기 금융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차명거래가 아닐까 싶다. 모 금융기관의 최고 수장과 몇몇 기업의 총수들이 차명거래와 관련된 금융실명제 문제로 연일 신문과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 지도층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하게 됐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었지만 지금도 자산가들은 관례상 가족 명의로 거래를 하는 편이라 세무당국과 세금 과세 대상을 두고 마찰을 빚곤 한다. 금융실명제는 일정 조건하에서 가족 명의의 금융거래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세무당국은 소득세법에 따라 명의를 빌려준 사람을 소유자로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와 금융실명제 사이에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자산가가 해당되는 사안이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뤄둘 수도 없는 내용이라 자산가들은 향후 정책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거래에 대한 세무당국의 접근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관례상 차명으로 행해졌던 부분들이 더는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금융거래에 적잖은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골치 아프다고 마냥 내버려두거나 칼로 무 자르듯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유예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정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