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귀국… 병원 입원… 취재진 질문에 침묵 일관
얼굴 가린 천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30일 오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나오다 취재진과 맞닥뜨리자 얼굴을 가리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구속기소)에게서 대출금 출자전환 청탁과 함께 43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7)이 30일 오전 8시 45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천 회장의 귀국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소환을 통보했다.
이날 오전 6시 25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대한항공 KE720편 항공기로 귀국길에 오른 천 회장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곧바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0층 특실에 입원했다. 병실 앞에는 병원 측 경비업체 직원 2명이 배치돼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았다. 허리가 좋지 않은 천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45분경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기 위해 환자복 차림으로 병실을 나서다 취재진과 맞닥뜨렸으나 “검찰에 언제 출두할 건가” “지금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천 회장을 금명간 불러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청탁 대가로 받은 금품 액수가 많고 장기간 해외에 머물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수사가 본격화되던 8월 말 일본으로 떠난 뒤 미국 하와이를 거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머물러왔다. 건강검진 결과와 의사소견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당장 귀국하긴 어렵다”는 뜻을 밝혔던 천 회장은 최근 귀국 결심을 굳히고 주변 정리를 해왔다. 지난달 25일 고려대 교우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29일에는 미납된 증여세 185억 원을 모두 납부했다. 또 학군장교(ROTC)중앙회 회관 건립기금으로 약속한 주식 10만 주를 중앙회 측에 기부하기도 했다.
천 회장은 이 사건과 별도로 지난해 ‘박연차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1억 원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