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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유복한]금-희토류… 수십조원어치 희귀금속 ‘도시의 광산’ 폐가전제품서 캐내자

입력 | 2010-12-01 03:00:00


19세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서 상당한 금이 발견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금을 캐러 모여들었다. 이를 ‘골드러시’라고 부른다. 금광이 발견돼 흥청대던 캘리포니아의 한 술집에서는 매일 바닥에 물을 끼얹어 청소를 했다. 청소도 청소지만 술집에 모여든 사람들의 장화에서 떨어지는 금가루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도시광업’의 원조 격이다.

근래 들어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금 수요가 늘면서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은 귀금속 용도뿐 아니라 휴대전화, 컴퓨터 같은 회로기판에도 많은 양이 사용된다. 그래서 광산이 아닌 도시에서 폐전자제품의 금이나 은, 구리 등을 캐내는 도시광업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내 폐전자제품에 들어 있는 금의 양이 세계 최다 금 매장 국가인 남아공보다 더 많다고 한다. 보통 금광에서는 원석 1t당 5g 정도의 순금을 얻는다. 버려지는 휴대전화 1t에서는 15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구리 100kg과 은 3kg, 그리고 희귀광물인 희토류도 덤으로 나온다.

희토류는 입자의 활성이 크고 합금이 용이할 뿐 아니라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의 희귀금속이다.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대표 제품은 휴대전화,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터치스크린, 전기자동차, 풍력터빈 등이다. 따라서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희토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폐전자제품에 사용한 희토류의 50%를 회수할 수 있다는 도시광업이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 1대에서 추출할 수 있는 희귀금속을 시세로 환산하면 3500원 정도다. 한국은 휴대전화 보급률이 세계에서 으뜸이고 최신 기능과 유행을 좇아 1년에 한 차례씩 휴대전화를 바꾸는 사용자가 많다. 국내에서 한 해에 폐기되는 휴대전화는 약 1400만 대. 모든 폐휴대전화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여 사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자원 재활용과 수입대체 효과로 나라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을 위해 회수되는 휴대전화는 판매된 10개 중에 2, 3개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사용하지 않고 집에 방치되어 있는 ‘장롱폰’이 가구당 1.5개나 된다. 서랍 속에서 잠자는 폐휴대전화를 수집하면 상당한 양의 자원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폐가전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속자원과 희토류 보유량의 추정 가치는 수십조 원에 이른다. 누가 한국을 자원 빈국이라 하겠는가. 도시광업은 자원도 캐내고 환경도 지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매력적인 유망사업이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