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때 순직한 김재익 경제수석 부인 이순자 교수살고있는 집도 死後기부… 제3세계 유학관료들 지원
고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의 부인인 이순자 숙명여대 명예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기부금은 ‘김재익 펠로십 펀드’로 사용하게 된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젊은 관료가 서울대에 와서 선진 정책을 배우고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펀드다. 김 전 수석 같은 관료를 키워 제3세계 경제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1960년대 미국 유학을 함께 떠났던 부부가 돈 한 푼 송금 못 받고 장학금으로 버텼던 경험도 이번 기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27년 전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던 중 라디오 뉴스를 통해 남편의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집을 떠난 남편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이 교수는 한결같이 남편을 기리고 대신하는 삶을 살아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경제 대통령’ 김재익은… 1980년대 경제정책 큰그림 그려 도약발판 마련 ▼
고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왼쪽)과 부인 이순자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1983년 10월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김 수석이 생전에 부인과 함께 다정히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 전 수석의 경제 철학은 ‘안정, 자율, 개방’으로 요약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개발 독재의 유산이 짙게 깔려 있던 당시에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관(官) 주도 경제 체제가 대세였던 그 당시 정부 안팎에서 ‘김재익 철학’에 대한 반발도 많았지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전두환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정책 기조를 굽히지 않았다. 대외적 압력에 밀려 시장을 열기 전에 능동적으로 시장개방을 준비하고, 전자 및 정보통신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는 정책의 토대를 마련해 한국경제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