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아 신원을 확인한 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미 JPAC 부대에 소속돼 있다.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군이 한반도에 아직도 8000명 이상 남아있기에 여전히 한국 각지에서 이들을 찾기 위한 발굴을 진행 중이다.
60년 전 전사했기에 이들의 유해는 대부분 뼈만 남은 채로 발견된다. 문제는 한국전쟁 중 사망한 사람은 백인과 흑인으로 구성된 미군 말고도 국군과 북한군, 중공군까지 다양한 인종이라는 것이다.
동양인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는 앞니에 숨겨져 있다. 위 앞니의 뒷부분을 만져 보시라. 대부분의 동양인은 그 부분이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는 ‘삽 모양 앞니’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세계 모든 사람의 앞니가 필자와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동아시아인의 90% 이상이 가지고 있는 삽 모양의 앞니는 유럽계 백인의 경우 그 발생 빈도가 10%도 되지 않는다.
사람의 생김이 다 다르다 보니 얼굴뼈만으로 실시하는 인종 감식이 언제나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얼굴뼈는 여전히 인종 감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미국과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는 유기된 신원 미상의 시체 감식에서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뼈를 으스스하게 여기지만 신원 미상 시체의 인종 성별 나이 신장 사망 원인과 같은 정보까지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인류학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정보의 보고다. 한국 각지의 무덤에서 출토되는 뼈를 통해 우리는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의 생김새와 건강 상태 등을 알 수 있으며, 뼈 속에 남아 있는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무엇을 주식으로 먹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의 스미스소니언이나 런던 자연사 박물관 같은 박물관은 수백 년간 발견된 사람 뼈 수천 점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으며 인류학 연구를 위해서 누구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뼈를 터부시하는 풍습 때문에 오랜 세월 땅속에서 썩지 않고 있던 뼈를 발견하는 즉시 화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누구든 세상을 뜬 후에도 뼈를 남기면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특징’을 연구하는 인류학이라는 학문에 기여할 수 있다. 성형수술을 생각하기 전, 얼굴뼈가 내 신원을 밝혀 줄 영구한 흔적이라는 점을 잠깐 고민해 봄 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