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삭’ 하고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퍼지는 배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과일입니다. 특히 한 개만 깎아도 온 가족이 배불리 나눠 먹을 수 있는 알이 굵은 배는 값도 비싸죠. 하지만 이런 법칙이 예외인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 그렇습니다.
그 이유인 즉, 중국어로 ‘배를 나누다’는 말은 ‘펀리(分梨)’라고 발음하는데 이 발음이 ‘헤어지다(分(리,이))’라는 말의 발음과 똑같아서 중국에서는 배만큼은 가족과 나눠 먹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이죠. 중국 상하이에서 홈쇼핑채널 ‘동방CJ’를 운영하는 CJ오쇼핑의 한 관계자는 “지난가을 알이 굵은 배를 중국에서 판매하려다가 ‘중국에선 한 사람이 먹기 적당한 작은 배를 선호한다’는 중국인 직원의 조언을 듣고 급히 상품을 교체했다”고 회고합니다.
중국인들의 소비습성이 반영된 중국 홈쇼핑 채널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한국 소비자들이 보여줬던 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과 외제 상품에 대한 동경도 읽을 수 있습니다. 동방CJ는 7월 한국산 모발염색제 ‘리체나’ 판매방송에서 ‘(한국에서 팔던) 원래 포장 그대로 수입(原裝進口)’이라는 자막과 푯말을 화면에 수시로 노출시켰습니다. 중국산 염색제의 품질을 잘 믿지 못하는 중국 소비자 심리를 읽고 한국어가 적힌 한국 내수용 포장지를 노출해 원산지(한국)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첫날에만 매출을 1억5000만 원이나 올렸습니다. 한중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 차이는 홈쇼핑 방송 구성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똑같은 미용 상품을 팔면서도 한국 홈쇼핑은 화려한 그래픽, 세련미 넘치는 진행자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하는 반면 중국 홈쇼핑은 제품의 쓸모를 중시하는 실용적 구매 성향을 감안해 볼거리는 과감히 배제하고 제품 사용 시연을 반복하는 편입니다.
우정렬 산업부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