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13년 간 구단 주무 일을 해 온 김갑배 주무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산 증인이다.사진제공 | 제주 유나이티드
2000년 11월 12일 부천-안양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부천 최거룩이 안양 왕정현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합니다.
“안양 선수가 먼저 최거룩 유니폼을 계속 잡아당겼어요. 최거룩이 퇴장이면 원인 제공한 선수도 같이 내보내야지 원.”
10년 전 사건인데 제주 유나이티드 김갑배(46) 주무는 아직도 열을 올립니다. 당시 부천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1-4로 대패했고 2차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지며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죠.
그러나 김 주무만은 그대로네요. 자칫 심판이 불리한 판정을 내리기라도 하면 금방 그라운드로 뛰어들 듯 흥분했던 팔팔한 청년에서 이제는 넉넉하고 인심 좋은 아저씨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 자신도 축구선수 출신. 초등학교 때 강원도 대표까지 했다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네요. 유공에 입사해 1997년 축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건 어찌 보면 운명이었을 겁니다.
쉽지 않은 주무 일을 13년 째 맡고 있지만 그는 축구단에 몸담고 있는 게 즐거워 고된 줄을 모릅니다. “선수단 뒷바라지 말고도 사무국과 선수들 간 불화가 안 생기게 조정하는 것 역시 주무의 역할이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2006년 구단이 제주로 연고지를 옮기고 4년이 지나 그도 이제 섬사람이 다 됐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우승을 눈앞에 둔 심정을 묻자 이렇게 표현합니다.
“짠해요. 감개무량하구요. 우리 선수들이 2차전에서 꼭 이겨 10년 전 빚 갚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