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작동했나”에 “확인중”… 전자戰에 당한줄도 몰랐다
○ 군, 전자전에도 당했다
군 관계자들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10일째인 2일까지 북한의 1차 포격 당시 대포병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포격 당시) 대포병레이더로 (해안포 위치를) 잡지 못했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처음에는 잡지 못했고, 2차 사격 때는 잡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포병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디서 포가 날아왔는지 탐지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탄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통령이 김 장관의 경질을 결심한 계기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새로 드러난 사실들
구형 대포병 레이더와 최신형 레이더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 당시 전자기파(EMP) 무기 공격에 먹통이 됐던 구형 대포병 레이더(AN/TPQ-37·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군 당국이 연평도 도발 이후 서해5도 전력보강 차원에서 긴급 배치한 스웨덴제 최신 ‘아서’ 대포병 레이더.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 관계자는 “대포병레이더가 1차 포격 원점을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K-9 자주포가 자동 입력된 무도기지 좌표로 발사한 50발 가운데 35발이 해상으로 떨어진 것도 전자기파의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차 대응사격에서는 대포병레이더가 비교적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이유에 대해 “아마도 1차 대응사격 당시 무도기지에 있던 EMP 무기 일부가 파괴되면서 위력이 약화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차량에 탑재해 다양한 지역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교란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런 형태의 도발은 새로운 위협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 군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우리 군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 북한의 전자전 기술과 군 책임론
북한의 EMP 연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 미국 하원 EMP 소위원회의 보고서는 러시아와 파키스탄, 중국의 과학자들이 북한에서 EMP 무기를 연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EMP 기술과 관련 무기를 보유했거나 몇 년 안에 무기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핵무기를 상공 80km 이상에서 폭발시킬 경우 강력한 EMP 무기가 되어 한 방에 수도권의 모든 전자기기를 파괴할 수 있다. 이 경우 교통 통신을 비롯해 군 지휘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런 위력 때문에 북한은 EMP 무기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이미 북한의 전자전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고 해병대 연평부대가 오래전부터 이에 대비한 고성능 대포병레이더를 요구했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은 북한의 도발 대응 능력 부재 논란에 휘말려 있는 군 당국을 또다시 난처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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