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왕이 성대한 연주회를 벌이고 사냥을 행할 때 백성이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들의 困窮(곤궁)이 極限(극한)에 이르렀다고 원망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이 흔연해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는 이유는 왕이 백성을 우선 救恤(구휼)하여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此無他는 ‘이것은 다름이 아니다’로, 곧 ‘이것은 다른 까닭이 있지 않습니다’라는 뜻이다. 與民同樂也는 앞서 不與民同樂也라고 말한 것과 반대이다. 앞서는 與民同樂의 전체를 부정하기 위해 不을 맨 앞에 두었다.
이에 ‘용비어천가’의 편찬자들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서, 과거사를 정리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세 층위의 가치정향을 종합했다. 특히 정치권력의 발동 근거를 민본주의에 두어 그 사실을 곳곳에서 강조했다. ‘與民樂’의 곡을 주요 행사 때 연주한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與民同樂은 참으로 숭고한 정치이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