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증권 등 자본시장이 한때 출렁거렸다. 증권투자 용어로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 과연 ‘무엇인지’를 또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북한의 도발 직후에는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환매해야 하는지, 계속 보유할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변수가 부상할 때마다 필자가 빼놓지 않고 조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면 글로벌 분산투자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3년 전의 해외펀드 광풍을 상기해보자. 당시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투자 열풍이 불면서 해외펀드만 떴다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몰렸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해외펀드 투자 광풍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해외투자에 대한 기대가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절망으로 바뀐 것이다. 어느덧 글로벌 금융위기 후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2010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증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 가까이 회복했고, 해외 증시 또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몇몇 국가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 주가지수가 연일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투자는 찬밥 신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지도 모른다. 해외펀드를 비롯한 해외투자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고객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한 것이 있다. 해외펀드에 대한 주식매매 차익 비과세 혜택 폐지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배당소득세 부과이다. 2007년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 주식투자 매매차익에 비과세 조치를 시행했다. 비과세 혜택은 지난해 말로 종료됐고, 올 7월에는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면서 해외 ETF 투자도 발길이 뚝 끊어졌다. 국내 ETF는 과세가 되지 않는 반면에 해외 ETF는 펀드로 취급돼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들로 인해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