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하! 경제뉴스]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무슨 문제 있나요

입력 | 2010-12-07 03:00:00

국토부, 안전성 이유로 금지… 내년1월 이전 허용여부 발표




《 오래돼 낡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리모델링의 수직증축을 허용하게 해달라고 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부는 왜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
이달 말이나 내년 1월경에 국토해양부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의 ‘수직증축’에 대한 태도를 밝히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에 맡긴 수직증축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와 공청회 등을 토대로 국토부가 리모델링 관련법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단 각각 착수 가능한 연한이 다릅니다. 재건축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준공 후 30∼40년,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착수할 수 있습니다. 또 리모델링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본 골조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새롭게 개조합니다. 일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한다고 할 때 기둥 등은 그대로 두고 공사를 하듯이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전체 골조는 변경하지 않으면서 주차장, 복도, 평면 등을 고칩니다. 아무래도 리모델링은 기존 틀을 그대로 두고 개조해야 되기 때문에 재건축보다는 새로운 평면을 적용하는 데 제약이 따릅니다.

용적률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리모델링 아파트는 용적률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녹지 등을 확보할 수 있어 단지의 쾌적성이 양호해지는 편이지만 재건축 아파트는 용적률이 늘어 단지의 쾌적성 면에서는 불리합니다. 또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재건축에 비해 건축 폐기물이 덜 나와 환경적으로도 좋다고 리모델링업계는 주장합니다. 물론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자체의 수명이 수십 년 늘어나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리모델링의 가장 큰 이점은 사업기간이 짧고 공사비용이 적다는 것입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사업기간이 2년∼3년 6개월로 재건축(6∼10년)에 비해 짧고 사업비도 3.3m²당 약 250만∼320만 원으로 재건축(3.3m²당 약 350만∼400만 원)에 비해 쌉니다. 이 정도 투자로 입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좋아지니 사회적으로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층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는 수직증축을 허락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1층에 필로티를 도입해야만 1개 층을 추가로 올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지상 10층짜리 아파트를 11∼13층까지 1∼3개 층을 더 올리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1층을 필로티로 만들어야만 11층까지 올릴 수 있게 해 2∼11층에 입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파트 리모델링으로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고 각 가구의 주택면적을 늘리며 단지 내 조경과 놀이터 등 시설을 개선할 수 있지만 가구 수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입주민들이 수직증축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구 수가 늘어나 일반분양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리모델링 분담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리모델링의 개념 자체가 ‘자기 집을 개선하는 것’인 만큼 가구 수가 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리모델링 분담금이 가구마다 수억 원이 들다 보니 입주민들의 의견을 한곳에 모으기도 쉽지 않고 리모델링 추진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는 또 수직증축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만큼 허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된다고도 합니다. 리모델링을 원하는 단지가 1기 신도시 등에 몰려 있고 그 수만 300만 채에 이르는 만큼 전체 지면과 기반의 안전성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한국의 건축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지을 만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아파트 수직증축 하나 못 하겠느냐”고 항변합니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는 공사 수주 측면에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고민도 깊습니다. 노후화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의 주거환경도 고려해야 되지만 수직증축 허용에 대한 안전성 문제와 부동산시장 영향 등의 변수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