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은 유튜브를 통해 이미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위 사진부터)은 유튜브와 함께 월드와이드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은 최근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영국 여성이 자기 나라에는 방문할 계획이 없느냐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녀시대는 올해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처음 나섰다.
그런데 일본이나 아시아도 아닌 유럽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본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깜짝 놀라서 신기해 하는 태연에게 영국 여성은 “유튜브로 소녀시대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녀시대 ‘지’ 亞 넘어 전세계서 열풍
신한류 아이돌 춤·의상 커버 문화로
SM·YG·JYP 마케팅 위해 전략적 제휴
드라마 ‘장·키’ 특별판 1000만건 조회수
소녀시대를 깜짝 놀라게 한 마법, 바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힘이다.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신한류가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로 확산되는 데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투애니원, 원더걸스 등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지구촌 누리꾼들의 ‘폭풍 클릭’을 받으며 많게는 수천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가수들도 인터뷰에서 해외 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유튜브를 당연한 듯 함께 거론하고 있다.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닷컴은 3일 소녀시대의 활약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지’ ‘오!’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를 소개했다. 빌보드닷컴은 “유튜브의 전파로 일본을 공략했고, 일본을 넘어 국제적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했다.
소녀시대의 일본 소속사 유니버설뮤직 스스무 마치다 이사는 빌보드닷컴과 인터뷰에서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레코드 발매 이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6일 낮 12시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공식채널을 보면 ‘지’ 뮤직비디오는 3064만3831건이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조회됐지만 북미와 호주, 남미 지역에서도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로 ‘지’ 뮤직비디오를 본 지구촌 누리꾼들은 단순히 영상을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커버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서로 공유하면서 즐기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서황욱 전략제휴부장은 “한국 뮤지션들의 해외진출 시도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요즘 신한류에서 다른 점은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북미 남미 유럽 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서 부장은 이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SM 소속가수들의 영상물 조회수 합계는 약 3억 건인데, 이중 한국에서의 조회수는 전체의 5∼7%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북미 남미 유럽 등에서 조회수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 “유튜브를 잡아라”…대형 연예기획사 전략적 제휴
유튜브가 한류 확산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올 초부터 국내 연예콘텐츠 제작사들이 유튜브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도 유튜브와 ‘동반자’가 되고 있다.
MBC의 오디션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측은 유튜브와 제휴를 맺고 월드와이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위대한 탄생’ 공식채널을 통한 지원자 중 내국인은 10% 정도. 나머지는 남미, 북미 등 해외 지원자가 90%를 차지한다.
특히 ‘위대한 탄생’은 유튜브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오디션이 진행된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갓 탤런트’보다도 지원율이 높다고 한다.
여성그룹 투애니원은 9월 첫 앨범으로 컴백하면서 유튜브와 손을 잡았다. ‘박수쳐’ ‘고 어웨이’ ‘캔트 노바디’ 3곡을 동시에 타이틀곡으로 발표하는 ‘트리플 타이틀’이란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투애니원은 3일간 한 편씩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3일 만에 각각 조회수 50만 건을 넘었다. 투애니원의 뮤직비디오는 불과 일주일 만에 각각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제작사 그룹에이트 측은 TV드라마와는 다른 내용을 담은 7편의 유튜브 특별판을 제작해 11월2일부터 공개했다. 7편의 특별판 외에 번외편, 메이킹 필름 등 모두 31편의 동영상은 3주 만에 합계 10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룹에이트 측은 유튜브에 한국어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지구촌 한류팬들을 사로잡았다.
# “해외 한류 소비자와 직거래…광고수입도 기대”
이처럼 유튜브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로 활용되면서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유튜브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12월 현재 공식채널을 개설하고 파트너십을 맺은 연예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3대 음반기획사를 비롯해 약 30곳에 이른다.
이들은 단순히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을 통해 마케팅 효과와 해외진출의 기회만 얻는 것이 아니라 광고로 인한 부가수입도 얻고 있다. 소녀시대의 ‘지’와 ‘소원을 말해봐’,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 조회수 1000만 건이 넘는 영상물에 배너광고가 집행되기 시작했다. 영상물의 저작권자와 유튜브 측이 광고수입을 나눠 갖는다. 특히 영상물이 소개되는 국가별로 각기 다른 광고가 집행돼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해외진출에서도 유튜브는 에이전트 등을 중간 유통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어 영세한 기획사들에게도 해외진출의 기회가 주어진다.
구글코리아 서황욱 부장은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만 좋으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라며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올라오면 즉시 전 세계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