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도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의 톱스타 컴백 무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하나.
특정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 멋지게 한 곡 선사한 뒤 바로 컷 아웃되면서 다른 의상 차림의 똑같은 가수가 카메라에 비친다. 이제는 이 모습이 생방송 이전에 미리 녹화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때, 넘쳐나는 인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해프닝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 있다. 1985년 오늘 그룹 송골매 출신 가수 구창모(사진)가 주말 황금시간대 세 개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동시에 등장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당시 ‘KBS 가사대상’은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MBC ‘청소년을 위한 겨울음악회’는 서울 능동 리틀앤젤스 회관(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생방송이 진행됐다. 따라서 구창모는 서울 능동과 여의도를 오간 ‘영락없는 슈퍼맨’(1985년 12월9일 경향신문)이었다.
이는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톱스타급 가수를 출연시키려는 두 방송사의 경쟁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두 프로그램 가운데 한 편의 제작진이 미리 녹화한 것을 생방송 도중에 방영한 ‘VTR 플레이백’을 활용한 방식이었다. 요즘 양상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당시로서는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 같은 장면은 그야말로 톱스타급 가수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의 무대.
구창모는 배철수 등과 함께 1980년 결성한 그룹 송골매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1984년 11월 솔로로 독립했다. “폭넓은 팬에게 다가가는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이듬해 6월 마침내 솔로 첫 앨범을 내놓은 그는 ‘희나리’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해 여름에만 이 앨범이 15만장이나 판매됐을 정도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