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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위키리크스가 던지는 메시지

입력 | 2010-12-07 03:00:00


나라고 타인의 편지를 읽는 것이 즐겁지 않겠는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 비밀전문을 읽는 일은 상당히 황홀했다. 그러나 전문의 행간(行間)은 또 다른 것이다. 정신이 바짝 들게 하는 메시지가 있다. 줄줄 새고 있는(leak) 것은 미국의 힘이라는 사실이다.

전문 내용에서 시작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은 미국이 이란 정권을 전복하고 그 핵시설을 파괴해주길 원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그들은 겉으로는 엉클 샘 인형을 태우는 거리 시위대에 동참하겠지만 속으로는 페르시아인을 상대로 거둔 승리를 기뻐할 것이다. 아랍인이 미국에 분노하는 이유는 그들도 페르시아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자국의 정치지도자와 이들의 정권 유지를 돕는 미국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이란의 핵능력 제거를 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나라의 개인 기부자는 탈레반 양성소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원리주의 사원 및 학교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수니파 테러리스트의 가장 큰 자금원이라는 사실을 전문에서 읽을 수 있다. 우리의 오일머니가 사우디를 거쳐 우리 병사가 싸우는 이슬람 민병대의 돈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동맹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4∼2009년 아프간 부통령을 지내고 지금은 두바이의 궁전 같은 저택에 사는 아메드 지아 마수드가 5200만 달러를 현금으로 갖고 있다 세관에 적발된 사실을 전문은 말해준다. 미국은 두 얼굴을 한(two-faced)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도자들에게 돈을 대준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한 얼굴이 돼서(one-faced) 겉으로나 속으로나 똑같이 반미를 외칠 것이다.

사우디, 걸프국가, 아프간, 파키스탄의 정치지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를 대체할 사람들은 더 나쁘다.”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나쁜 정권을 개조할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일까. 전문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미국에 지렛대가 부족하다.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기 때문에 중동에 지렛대가 부족하다. 우리는 중독자고 그들은 밀매자다. 중독자는 밀매자에게 결코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월 280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가 사우디에 “당신을 대체할 사람들이 훨씬 나쁘지만 그렇다고 실정과 부패에 빠진 당신과 잔인하고 관용 없는 그들 사이에서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하지 못한다. 북한 문제나 위안화 가치를 놓고 중국을 다룰 지렛대도 부족하다. 중국이 미국 채권을 사주는 데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우리를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정책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핵, 풍력, 태양력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는 전기차를 사용하게 된다면 사우디와 나눌 대화가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보라. 그때는 “사우디의 돈이 1달러라도 더 탈레반에게 간다면 당신 스스로 이란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저축률이 높아지고 중국의 미국 채권이 줄어든다면 중국과 나눌 대화가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위안화 가치 절상을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북한이 베이징 공항을 통해 이란에 탄도미사일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부탁을 그렇게 퉁명스럽게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쌍둥이 중독, 즉 중동의 석유와 중국의 신용에 대한 중독으로 지렛대를 서서히 잃어왔다. 위키리크스는 그 때문에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보여주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